"편파적 의견 개진…방송 사유화 경향" 지적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의 방송 언어들이 자극적이고 편파적인 경향을 보인다는 지적이 나왔다.
28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언어특별위원회의 '라디오 아침 시사 프로그램의 방송언어 사용 실태 조사'에서는 주요 프로그램 4개에서 총 177건의 부적절한 방송언어 사용 사례가 지적됐다.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한 방송 언어 실태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방심위 언어특위는 지난 6월 20일 KBS1 라디오 '전격시사', MBC 표준FM '김종배의 시선집중', SBS 러브FM '김태현의 정치쇼', YTN 라디오 '뉴스 파이팅, 배승희입니다' 등 총 4개 프로그램을 조사했다.
먼저 '방송 품위를 저해하는 표현' 가운데 '비속하거나 과격한 표현'으로는 "(영부인 관련 수사에 대해) 그야말로 정치 사냥이다", "의사들이 의협 회장의 쫄(졸병)이 아니다"(전격시사), "그러니까 몽둥이 들면 다 튈 사람들 지금 섭외하고 있더라"(김태현의 정치쇼) 등이 지적됐다.
또 '편견과 차별을 포함한 예의에 어긋나는 표현'으로는 "보수 순혈주의에 포박당해서 사상 검증하려는 일부 영남의 골 때린 사람들", "내 돈 아니거든 그냥 쓰는 거야. 남의 돈 쓰는 맛이 있어 이게"(김태현의 정치쇼) 등이 꼽혔다.
'소통을 저해할 수 있는 표현' 가운데 '신조어·유행어'로 "한동훈 위원장은 지난 총선을 '폭망'(폭삭 망하다)했던 주역이었고"(김종배의 시선집중), "'어대한'(어차피 대통령은 한동훈)은 어떤 명칭이 아니라 흐름이고 대세예요", "수박(겉으로는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사람)이네. 참 이 수박스러운 얘기를"(김태현의 정치쇼) 등을 문제 삼았다.
이 밖에 '부적절한 표현'으로는 "누구인지 우리 다 알지만 아닌 척하면서 사실상 친윤(친 윤석열)의 물밑 지원을 받아 손드는 사람이 있잖아요. 나경원 전 원내대표", "친윤들이 권력 바라기가 된 것은 윤 대통령이 그걸 원하기 때문이에요"(김태현의 정치쇼) 등을 예로 들었다.
방심위 언어특위는 "라디오 아침 시사 프로그램은 현안에 대한 다양한 출연진의 의견을 두루 들을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지만 본 조사로 알 수 있듯이 전문가의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을 청취자들에게 전달하기보다는 출연진의 사담이나 편파적인 의견 개진이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등 방송이 사유화된 경향이 더 나타났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출연자의 생각이나 추측성 의견을 밝힐 때는 본인의 생각임을 드러내야 하며,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를 확언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며 "건설적인 비판을 해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