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에 재학생·학부모 이름 등장하기도
“기간제 교사가 출제…올해 계약 종료될 것”
경남의 한 중학교가 시험 문제 지문에 ‘봉하마을에 살던 윤OO’이 ‘스스로 뒷산 절벽에서 뛰어내려’와 같은 황당한 문구를 넣어 논란이라고 28일 JTBC ‘사건반장’이 보도했다.
이는 중학교 인근 체육관 관장이 제보한 내용이다. 제보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우연히 해당 시험지를 보게 됐다. 사회화 역할이 무엇인지 서술하라는 문제의 지문에서 ‘봉하마을’, ‘절벽에서 뛰어내려’ 등과 같은 표현이 등장했다. 또 다른 문제에는 ‘중국 신봉자’, ‘우리 반의 ㅂㅅ(보석)’ 같은 표현들이 적혀 있었다. 심지어 시험 문제에는 해당 학교 재학생과 학부모 이름까지 언급됐다.
제보자는 “해당 문제의 지문을 보고 처음에는 ‘합성’인 줄만 알았는데 진짜 출제된 시험 문제가 맞았다”며 “학교에도 직접 전화해 확인했다”고 했다. 심각성을 느낀 그는 학교와 교육청에 곧바로 항의했으나 ‘상황 파악 후 조치하겠다’는 미온적 답변만 돌아왔다.
해당 학교 교감은 사건반장에 “시험지에 거론된 학생들의 부모를 직접 찾아뵙고 사과할 예정”이라며 “해당 문제를 낸 교사는 기간제 교사이며 올해 계약 종료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학교 측은 ‘부적절한 지문을 사용해 불편을 드린 점 사과드린다’며 ‘특히 실명으로 거론된 학생과 학부모님께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말씀 드린다’는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5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서울의 한 대학교 시험문제 지문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듯한 표현이 등장한 것이다. 영미법 기말시험 문제에는 6살 때 부엉이바위(Owl Rock)에서 떨어진 뒤 머리를 다쳐 아이큐가 69에 불과하고 현재 17살인 미성년자 ‘로(Roh)’에게 그의 형인 ‘봉하프린스(Bongha Prince)’가 압력을 가해 계약을 맺도록 했다는 내용이 실렸다. 이렇게 맺은 계약이 '로'에게 구속력이 미치는지를 묻는 문제였지만 취지와는 별개로 2009년 5월 사저가 있던 경남 김해시의 봉하마을 부엉이바위에서 투신해 숨진 노 전 대통령을 떠오르게 했다.
이에 노 전 대통령 아들 건호씨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법원은 교수에게 유족에게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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