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반려견 놀이터 15개
"전문 인력 있어야 돌발 상황 방지"
반려 인구가 증가하면서 반려견이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 있는 '반려견 놀이터'가 전국에 문을 열었지만, 안전사고를 방지할 관리·감독 체계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많은 개가 한꺼번에 모이는 장소에서 개 물림·짖음 등 반려견 이상 행동이 빈번한 만큼 전문 지식을 갖춘 관리자가 현장에 상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서 운영 중인 반려견 놀이터는 모두 15개로 서울시가 관리하는 곳이 4개, 자치구가 관리하는 곳이 11개다. 서울시는 2013년 7월 서울 광진구 능동의 어린이대공원을 시작으로 2014년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 2016년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 등에 반려견 놀이터를 늘려왔다.
오는 10월 서울 노원구와 구로구에 문을 여는 곳까지 포함하면 서울에서 운영 중인 반려견 놀이터는 올해 말을 기준으로 17개까지 증가한다. 일평균 이용객 수도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서울에서 규모가 가장 큰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과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 반려견 놀이터의 일평균 이용객 수는 각각 350명, 411명을 기록했다.
다만, 운영·관리 체계가 허술한 탓에 반려견 놀이터 이용 시 이용객들의 불편도 적지 않다. 서울시의 반려견 놀이터 이용 규칙에 따르면 동물보호법에 명시된 맹견 5종을 포함해 입질과 발정, 질병 등이 있는 반려견의 경우 시설 이용이 제한되지만, 정작 현장에서 이를 관리·감독하는 전문 인력이 없는 탓이다.
실제로 직접 방문한 서울 마포구의 한 반려견 놀이터에선 중간중간 위험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놀이터에서 뛰어놀던 한 포메라니안이 부모님과 동반한 5살 된 어린아이에게 달려들거나, 입질이 있어 보이는 반려견이 다른 반려견과 싸움이 붙기도 했다. 소·중형견과 대형견 놀이터를 모두 합쳐 면적이 1638㎡(약 495평)에 달하는 이곳 놀이터에 상주하는 관리자는 단 한 명뿐이었다. 이마저도 견주와 반려견이 새로 입장할 때마다 반려견의 몸에 내장된 동물등록 칩을 확인하고 간단한 이용 규칙을 설명하는 게 전부였다.
반려견 놀이터를 자주 이용한다는 하가연씨(37)는 "반려견과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곳을 찾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반려견 놀이터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멀리까지 운전해 방문하고 있다. 이용객이 적을 때는 괜찮지만 사람이 많은 주말 낮엔 개 물림 사고가 날뻔한 적을 몇 번이고 목격했다"며 "견주가 아무리 반려견을 주의 깊게 감독한다고 해도 갑자기 짖으며 이상행동을 보이는 것을 제압하기엔 어려워 보인다. 전문 인력이 배치돼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반려견에 대한 관리 감독에 관한 의무는 전적으로 견주에게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장에 상주하는 관리자는 서울시 어르신 일자리를 통해 채용된 분들로, 이분들이 현장에서 일하는 사건·사고를 예방하거나 관리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개 물림이나 짖음과 같은 반려견 문제 행동에 관한 관리·감독의 책임은 견주들에게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많은 반려견이 모이는 정부 시설인 만큼 관련 지식을 갖춘 관리자가 상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경 한국반려동물진흥원 교육센터장은 "흔히 발생할 수 있는 개 물림이나 전염병 등을 예방하기 위해선 반려견이 입장할 때부터 꼼꼼한 관리 감독이 필요한데, 동물 관련 지식을 전혀 갖추지 않은 어르신들이 이러한 역할을 하기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며 "동물 관련 지식이나 공인된 자격을 갖춘 전문 인력이 상주해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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