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업계 "파운드리 분사 고려" 제안
삼성전자, 공식 입장 없이 무대응
다음 달 뮌헨 포럼서 입장 낼지 주목
기존 로드맵 대로 '정면돌파' 전망
삼성전자가 증권가와 업계 일각에서 제기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 분사에 선을 그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삼성전자 움직임이 주목받았는데, 로드맵대로 공격적인 투자와 기술개발로 승부를 걸겠다는 ‘정면돌파’ 방식을 선택했다는 평가다.
2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제기되고 있는 파운드리 분사 가능성과 전망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도 내지 않는 등 일절 대응하지 않고 있다. 관련 부서들은 파운드리 관련 사업들을 일단 차질 없이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분사 가능성은 지난 7월 삼성증권이 ‘지정학 패러다임 변화와 산업’이란 보고서를 발간하며 주목받았다. 삼성증권은 보고서에서 "파운드리는 고객과의 접점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에 현재 삼성전자가 미국에 공장을 추가로 설립하는 것처럼 적극적인 현지화가 필요하다"며 파운드리 분사를 함께 권했다. "삼성전자도 파운드리를 분사하고 이를 미국에 상장하는 것은 어떨까"라고 했다. 이는 같은 삼성그룹 계열사의 권고라는 점에서 업계의 큰 관심을 받았고 미국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 결정 움직임 등이 대비되면서 분사설에 불을 지폈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 등 책임 인사들이 다음 달 중순에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파운드리 포럼을 통해 파운드리 분사설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다만 현재로선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전략을 다시 강조하고 고객사 유치에 힘쓸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올해 나온 ‘반기 보고서’에서 "‘게이트올어라운드(GAA)’를 적용한 3나노미터(nm·1억분의1m) 공정 2세대를 반영해 올 하반기에 모바일향을 계획에 맞춰 양산 출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나노 공정도 "적기에 추진함과 동시에 고객사 확대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삼성전자가 세운 수율의 개선 목표치는 60% 이상이다. 현재 TSMC의 3나노 공정의 수율은 60~70%인데, 같은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각종 연구기관과 반도체 관련 단체들도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분사 가능성과 관련 동향에 관심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다수 연구기관 관계자들은 "회사의 전략적 선택 문제로, 지금은 어떤 가능성이나 효과를 예단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분사 시나리오는 올 하반기부터 내년 초까지 어떤 행보와 실적을 보이느냐에 따라 그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가 발표한 파운드리 2분기 점유율에서도 삼성전자가 11.5%로, 1위 TSMC(62.3%)와의 격차는 50.8%포인트까지 벌어져 사실상 추격이 어려워졌다는 인식도 생겼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를 분사하고 제품 개발에 힘쓰는 ‘선택과 집중’의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잠재적 경쟁사에 최신 반도체 제품의 위탁생산을 맡길 회사가 많지 않을 것이란 기존의 우려까지 더해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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