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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우먼톡]꺾이지 않은 독립운동 불꽃 김마리아를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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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유학중 2·8독립선언문 조선에 전파
대한애국부인회장 맡으며 끝까지 저항
수차례 투옥·가혹한 고문 후유증으로 숨져

[K우먼톡]꺾이지 않은 독립운동 불꽃 김마리아를 기억하며 이한 역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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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국권이 일본에 빼앗겼을 때, 나라의 미래를 되찾기 위해 많은 사람이 자신들의 삶을 바쳤다. 그중에 남성도 있었지만, 당연히 여성도 있었다. 안타깝게도 여성 독립운동가들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편이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것은 마찬가지인데, 어째서 우리는 가장 유명한 사람들만을 기억하고, 그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며 걸었던 수많은 사람을 기억하지 못할까.


김마리아는 1891년 황해도 장연군에서 세 자매 중 막내딸로 태어났다. 그녀의 이름은 기독교로 개종한 아버지 김윤방이 지어준 것이었다. 김윤방은 학교를 세워 주변의 사람들을 가르친 선구자였지만, 김마리아가 4살 때 세상을 떠난다.

어머니 김몽은도 14살 때 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고아가 된 김마리아는 친척 어른들의 보살핌 속에서 자라났다. 부모 없이 자랐지만 너무나도 머리가 뛰어나 1등을 도맡아 하는 김마리아를 본 여러 사람은 김마리아에게 일본 유학을 권하고 보내어주지만, 김마리아는 공부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바로 나라의 독립이었다.


일본에서 2.8 독립선언이 벌어지자, 김마리아는 독립선언문을 몰래 조선으로 가지고 들어오는 일을 맡았다. 이 일이 기폭제가 되어 조선에는 3.1운동이 시작된다. 그러나 김마리아 자신은 일본 경찰에게 체포되어 가혹한 고문을 당하고 평생 후유증으로 고통받게 된다.


그런데도 김마리아는 변하지도 꺾이지도 않았으니, 감옥에 나오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대한애국부인회의 회장이 되어 독립운동자금을 모아 외국에 보냈다. 이처럼 몰아닥치는 풍파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던 김마리아의 삶은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깊은 감명을 주었지만, 모두에게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부인회의 한 사람이 자신의 안전을 조건을 걸고 정보를 경찰에게 팔아넘겼고, 김마리아와 회원들 대다수가 체포당하고 또다시 혹독한 고문을 당한다. 배신자가 동료들을 팔아넘긴 대가로 큰돈을 받아 크고 멋진 집을 사는 동안 말이다.


동료들을 배신한 부인은 “조선은 약하니까 독립할 수 없다”라는 남편의 말에 넘어갔다고 했다. 김마리아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었을까. 총명하기로 이름난 그녀였다.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 리 없고, 감옥과 고문이 두렵거나 무섭지 않았을 리 없다. 그랬던 김마리아의 등을 떠민 것은 “당연하다”라는 사실이었다.


김마리아는 일본 경찰에게 취조받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대한의 사람이 대한의 독립을 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라고. 가능성을 따질 것 없이, 그것이 올바르고 당연한 일이었기에. 김마리아는 평생을 걸고 그렇게 살았다. 일본 경찰을 따돌리고 중국으로, 그다음 미국으로 공부를 하러 떠난 김마리아였지만. 마침내 아직 독립하지 못한 조국으로 돌아온다. 일본 경찰의 끊임없는 감시를 받으면서도 사람들을 가르치고 신사참배에 저항하며 싸운 김마리아는 결국 고문의 후유증으로 숨을 거두었는데, 대한민국이 광복의 기쁨을 맞기 불과 1년 전의 일이었다.


김마리아는 죽고 그 유골은 화장되어 대동강물에 뿌려졌지만, 그러나 그녀의 일생과 말은 지금까지도 강한 감동을 준다. 당연하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썼고, 고통을 참아냈으며 불이익이 닥쳐올 것을 뻔히 알면서도 기꺼이 행동했다. 세상에 가득한 불의에는 눈감으면서도, 혹시라도 불이익이라도 입을까 안달복달하는 후손으로서는 부끄러움을 참아가며 김마리아의 이름을 기억해보려고 한다. 그것이 당연한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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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 역사작가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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