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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금융계의 제갈량’이 와도 안되는 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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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금융계의 제갈량’이 와도 안되는 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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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중재의 달인’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온화한 성품으로 모나지 않게 일을 실행하고 조직을 이끌기 때문이다. 2013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맡았을 때 주위 걱정이 많았다. 금융지주 회장이라고 하지만, 정치 바람까지 타는 농협중앙회 산하 조직의 장이기에 운신의 폭이 넓지 않았기 때문이다. 층층시하인데, 간섭하는 기까지 드셌다. 이런 속에서도 임 회장은 농협중앙회 조합장들을 설득해 2014년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하는 성과를 냈다. NH농협금융지주가 5대 시중은행으로 분류되는 기반이 이때 만들어졌다. 이 일로 임 회장은 ‘금융계의 제갈량’이라는 평을 들었다. “농협금융은 제갈량이 와도 안되는 조직”이라던 전임 신동규 회장의 말을 뒤집기한 셈이다.


임 회장은 2015년 금융위원장으로 영전해 2년 4개월 가량 재임했다. 이후 공직을 떠난 임 회장이 지난해 3월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왔다. 이번엔 걱정보다 말들이 많았다. 금융당국의 장까지 지낸 사람이 피감독기관의 수장으로 가는 게 사리에 맞느냐는 지적들이었다. 전례가 없는 일이었기에 나온 말들이다. 의문 하나. 더 나은 자리도 단칼에 고사했던 임 회장이 왜 우리금융 회장 자리에는 선뜻 갔을까.


예금보험공사 산하에 오래 있었던 우리금융은 조직문화가 느슨해졌다. 횡령, 배임 등 금융사고 빈도와 규모가 타 금융사를 훨씬 웃돌았다. 급기야 최근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건이 불거졌다. 이 건이 금융감독원 감사를 통해 외부로 알려지기 전, 여러 정황상 임 회장은 이미 인지했던 사안으로 파악된다. 그럼에도 금융감독원에 보고하지 않았다. 은행법상 보고의무 위반 사항이다. “여신심사 부실 등 경미한 사안이어서 보고하지 않았다” 등 책임회피성 해명이 이어졌다. 심지어는 “다른 은행들에도 흔히 있는 일이다”는 어처구니 없는 말도 나왔다. 의문 둘. 일 잘하기로 소문 났고, 감독규정에 해박한 임 회장이 왜 덮어두기에 급급한 어설픈 일처리로 이 지경까지 왔을까.


이제 임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 거취 문제까지 거론될 정도로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서슬퍼런 칼을 들이대고 있는 형국이다. 여러 뒷말들이 나온다. '외부청탁에 깐깐했던 임 회장 축출하기다', '우리금융 내 파벌(상업은행 출신 vs. 한일은행 출신)을 정리하려던 임 회장이 되치기 당했다' 등. 의문 셋. 용의주도하고, 정무감각도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 임 회장의 조직혁신 큰 그림이 왜 이렇게 허술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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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이 되짚어 보면 임 회장이 우리금융 내 특정파벌과 사람에게 포획됐기에 벌어진 패착들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제 임기 반환점을 돈 임 회장이 스스로 물러날 것이라는 얘기가 돈다. 하지만, 들리는 얘기와 달리 아직 이사회에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임 회장은 증권, 보험까지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면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번 일로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보험 등 금융회사 인수합병 작업은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우리금융은 제갈량이 와도 안되는 조직”이라는 말이 벌써부터 귓전을 맴돈다. 안타까울 뿐이다.




김필수 경제금융매니징에디터 pilso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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