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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권 경쟁은 '옛말'…서울 90%가 수의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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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시공사 선정 사업장 21곳
단 2곳만 경쟁 거쳐
건설사 경쟁기피 경향 더 뚜렷해져

서울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의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경쟁입찰이 사라지고 있다. 올해 시공 계약을 맺은 정비사업장의 90%는 경쟁 없이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정했다. 건설 경기 악화로 자금 여력이 없는 건설사들이 경쟁을 기피한 결과다.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수의계약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공권 경쟁은 '옛말'…서울 90%가 수의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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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 경쟁입찰 단 2곳…19개 사업장 ‘무혈입성’

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올해 시공사를 선정한 서울 재개발·재건축 사업장(가로주택정비 등 소규모 사업 제외)은 총 21곳으로 파악된다. 이 중 2개 이상의 건설사가 입찰에 참여해 경쟁을 거친 사업장은 단 2곳에 불과했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영등포구 여의도 한양아파트, 강남구 도곡개포한신이다. 여의도 한양아파트는 올해 3월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경합을 벌였고, 경쟁 끝에 현대건설이 시공권을 따냈다. 도곡개포한신은 지난달 DL이앤씨와 두산건설이 경쟁해 DL이앤씨가 승기를 잡았다.


나머지 19개 사업장은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선정했다. 현행법상 정비사업의 시공사 선정은 경쟁입찰이 원칙이다.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가 없거나 한 곳이면 자동 유찰된다. 2회 이상 유찰되면 단독 입찰한 건설사와 계약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업장은 유찰이 반복되면서 결국 건설사와 수의계약을 맺었다. 건설사로서는 경쟁 없이 시공권을 따낸 것이다.


시공권 경쟁은 '옛말'…서울 90%가 수의계약

알짜 입지로 꼽히는 강남권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송파구 잠실우성4차는 두 차례에 걸친 시공사 선정이 유찰되자 공사비를 3.3㎡당 760만원에서 810만원으로 높여 DL이앤씨와 계약했다. 재건축 후 1500가구 규모의 대단지가 되는 가락삼익맨숀도 현대건설과 수의계약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강남구 개포주공5단지도 두 차례에 걸친 입찰공고 모두 대우건설만 참여해 유찰되자, 결국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맞이했다.


수의계약 사례는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 최근 입찰에 참여하는 건설사가 없어 유찰된 송파구 마천3구역은 GS건설을 수의계약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삼환가락도 GS건설과 수의계약 수순을 밟고 있다. 동작구 사당5구역은 현대엔지니어링, 서대문구 가재울7구역은 한화건설·GS건설 컨소시엄이 유력하다.


경쟁 기피하는 건설사…협상력 사라진 조합
시공권 경쟁은 '옛말'…서울 90%가 수의계약 서울 반포대교를 건너다 보면 신반포 지역에 새 아파트와 헌 아파트와 새로 짓는 아파트가 한꺼번에 보인다. 왼쪽 새 아파트는 아크로리버뷰 신반포, 오른쪽 낮은 구 아파트는 신반포 2차, 뒤로 새로 짓는 아파트는 메이플 자이 신축현장.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건설사들이 시공권 경쟁을 기피하는 경향은 올해 들어 더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개포동은 원래 건설사 2~3곳 정도가 들어와 자연스럽게 경쟁이 일어났던 입지"라며 "경쟁이 예상됐던 곳도 실제 입찰에서는 유찰되는 경우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초구 잠원동에 2000가구 이상을 짓는 신반포2차 재건축사업은 당초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의 경쟁이 예상됐지만, 현대건설만 입찰의향서를 제출했다. 방배7구역, 반포 삼호가든맨션5차 역시 건설사 ‘2파전’이 점쳐졌으나 아무도 입찰에 나서지 않으면서 유찰된 상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원자재값이나 인건비 상승 여파로 예전보다 사업성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입지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출혈경쟁을 해야 할 필요성이 줄었다"고 말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이미 한 건설사에서 오랫동안 공을 들였다면 피하자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시공권 경쟁이 벌어지면 홍보비 등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한다. 사업권을 따내지 못하면 고스란히 매몰 비용이 되는데, 시공 마진이 줄면서 지출이 부담스러워진 것으로 보인다.


조합 입장에서는 수의계약을 할 경우 시공사와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힘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경쟁 상황에서는 건설사들이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공사비 감액부터 디자인 특화 설계, 금융비용 지원 등 조합원에 유리한 제안을 내놓으려 한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수의계약으로라도 시공사를 정하는 것이 사업이 늦어지는 것보다는 낫다고 판단하지만, 계약 과정에서 공사비나 향후 공사진행 단계마다 끌려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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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우려에도 건설경기와 경영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 한 수의계약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건설사 경영 여건을 봐도 부채가 늘고, 자금 여력도 줄어 무리하게 경쟁하지 않는 경향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강남권이 수의계약될 정도면 서울 외곽, 지방사업장은 시공사를 아예 못 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공사 선정을 앞둔 한남4구역, 압구정 아파트 등 알짜사업지도 조합원들의 요구 등이 건설사와 맞지 않으면 경쟁이 성사되지 못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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