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진찰료 인상? 의료진 이미 다 번아웃"
의정 갈등 장기화로 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히 가동되고 있다'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딱 1, 2시간만 와 보면 아실 것"이라고 비판했다.
남궁 교수는 30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저는 직장을 그만 못 둬서, 의사가 부족한데 사람이 죽어가니까 몸 갈아서 지금 일하고 있을 뿐이지 의료개혁을 위해 헌신적으로 뛰고 있는 건 아니다"라며 "현실과 괴리가 너무 심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중증 환자를 받는 권역센터이기 때문에 인턴 2명을 제외하더라도 전공의, 전문의 등 3명 정도는 근무해야 컨트롤할 수 있다"며 "그런데 지금 6개월간 저 혼자 당직을 서고 있다. 이루 말할 수 없이 피곤하다"고 토로했다.
남궁 교수는 "어젯밤에도 혼자 당직을 서는데 심정지 환자 두분, 뇌출혈·뇌경색·심근경색 의증 환자 각 한분 등 1시간 안에 다섯분이 오셨다"며 "원칙대로라면 이 5명을 나눠서 봐야 하는데 (다른 의사가 없어) 저 혼자 봤다"고 밝혔다. 이어 "운이 좋아서 다섯분 모두 살아나셨지만 그냥 돌아가셨어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며 "만약 (심정지 환자 두 분 중 한 분이) 다시 심정지하거나, 의식이 떨어진다면 전혀 대처할 수 없어 사망이다. 아주 위험한 의료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가오는 추석에는 응급환자가 늘어 이른바 '응급실 대란'이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남궁 교수는 "추석 때는 무조건 150% 정도의 환자가 더 온다. 추석 때는 일을 하고 나면 거의 기억이 없을 정도"라며 "그런데 이것을 저희가 혼자 막아내도록 협의가 되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추석 연휴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를 250%까지 올리는 등 응급의료를 지원하기로 한 방안에 대해선 "지금 번아웃이 다 왔는데 진찰료를 더 받으니까 추석 때 일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하겠나"라며 "그럴 상황이 아니다"고 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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