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사형 직전 "대한민국 만세" 박흥주의 진심은…[행복의 나라①]

시계아이콘02분 35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재판에서 변명 늘어놓지 않고 범행 시인
대통령 참석은 사건 당일 오후 4시 반경 파악
"궁정동 비극, 민주대한 발전 활력소 되길"

영화 '행복의 나라'는 10·26 사건 가담자에 대한 재판을 다룬다. 중앙정보부장 수행비서관 박태주(이선균)다. 승소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변호사 정인후(조정석)를 만나 사사건건 충돌한다.


사형 직전 "대한민국 만세" 박흥주의 진심은…[행복의 나라①]
AD

박태주는 사형을 선고받고 처형된 육군 대령 박흥주를 모티브로 한 인물이다. 박흥주는 미래 육군참모총장이라고 칭송받았을 만큼 유능하고 청렴한 군인이었다. 나는 새도 떨어트릴 정도로 위세가 당당했던 중앙정보부 비서실장이었지만 지프차도 못 올라가는 행당동 달동네 언덕배기의 반지하 전셋집에 살았다. 이마저도 잔금을 다 치르지 못한 상태였다.


추창민 감독은 그런 그가 왜 대통령 시해 사건 관련자로 재판받게 됐는지, 정말 정보부장 김재규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는지 묻는다. 대상은 박흥주가 아니라 관객이다. 만약 똑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어떤 선택을 하겠냐는 화두를 던진다.


김재규를 변호한 안동일은 2017년 저서 '나는 김재규의 변호인이었다'를 출간했다. 이에 따르면 김재규는 안동일에게 몇 번이나 "내 부하들은 아무런 죄가 없습니다"라고 하소연했다.


"그들은 나의 명령에 복종한 죄밖에 없습니다. 과거 일본에 부하들에게 죄를 묻지 않은 판례가 있는 것으로 압니다. 나보다 그들을 위해 열심히 변론해주십시오."


당부대로 박흥주는 사건 당일 저녁 7시 10분에야 돌아가는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중앙정보부 의전과장 박선호와 함께 김재규로부터 다음과 같은 말을 들었다.


"자네들 어떻게 생각하나. 나라가 잘못되면 자네들이나 나나 다 죽는 거야. 오늘 내가 해치울 테니 경호원을 처치해."


사형 직전 "대한민국 만세" 박흥주의 진심은…[행복의 나라①]

박흥주는 이때 김재규가 권총으로 무장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또한 박선호가 "각하까지입니까?"라고 말하는 것도, 30분간 시간 여유를 달라는 말도 들었다.


재판에서 검찰관은 박흥주에게 "각하를 시해하면 국가 변란 사태가 되겠지요?"라고 물었다. 국헌문란 목적을 묻는 취지의 질문이었다. 박흥주는 짧게 "예"라고만 답했다.


이에 검찰관은 "그런데도 김재규 피고인의 지시를 따른 이유가 뭡니까? 더구나 현역 대령으로서 대통령 각하 살해를 지시받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물었다. 박흥주는 "그 자리에서는 대답하지 못하고 듣기만 했습니다"라고 답했다.


"권총을 차고 본관 비서실에 가서 담배를 피우며 생각해봤습니다. 육참총장과 정보부 2차장보가 와 있고, 준비도 다 되어 있고, 중정부장은 한국의 모든 정보를 다 알고 있었습니다. 나라가 잘못되면 자네들이나 나나 다 죽는다고 했을 때 상당히 긴박감을 느꼈습니다."


박흥주는 구질구질하게 변명을 늘어놓지 않았다. "피고인은 이 건 범행에 대해 잘했다고 생각하나요?"라는 검찰관 물음에 "잘못했습니다"라고 간결하게 답했다.


검찰관은 박흥주가 일련의 상황을 진술보다 일찍 파악했을 수 있다고 의심했다. 중앙정보부장이 사무실을 떠나 임무를 수행할 때 항상 곁에 있는 직책이 중앙정보부장 수행비서관이기 때문이었다.


사형 직전 "대한민국 만세" 박흥주의 진심은…[행복의 나라①]

박흥주는 김재규의 지시에 따라 관계 부서에 연락하고, 휘하 부대로부터 올라오는 보고를 받아 전달했다. 네 명으로 구성된 안전팀을 배속받아 중앙정보부장의 신변 경호 임무도 수행했다.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해 누구보다 김재규를 잘 알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박흥주는 담당 변호사 태윤기에게 "YH 사건, 신민당 총재 사건, 부마사태, 김형욱 실종 사건 등을 자세히 모른다"고 말했다. "김재규가 그 문제로 애쓰고 있다는 정도만 알았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박흥주는 사건이 일어난 궁정동 구관 건물과 식당을 그날 처음 가봤다. 전날까지 모임에 누가 오는지조차 몰랐다. 대통령이 참석한다는 사실을 파악한 건 사건 당일 오후 4시 반경. 이발하려던 김재규로부터 "각하께서 일찍 오시면 시간 맞추기 어려우니 내일 하지"라는 말을 들었다.


그는 재판에서 "사전 계획을 몰랐습니다. 갑자기 말을 들어 그 상황을 접하게 됐고, 상사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나 생각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태윤기는 "사람을 죽이는 일에 대해 해야 하느냐, 하지 말아야 하느냐 하는 갈림길에서 부장을 따라야겠다고 생각했나요?"라고 물었다. 박흥주는 "상황을 접했을 때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몰랐습니다"라며 "사람을 죽이면 살인자는 아무리 잘해도 재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법무사의 신문에서도 변명하지 않았다. "육사를 졸업한 육군 고급 간부인데 상명하복 관계에 있어서 김재규 피고인의 명령이 중요한가요,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 각하의 안전을 살피는 것이 중요한가요?"라는 물음에 "당시는 긴급한 주위 여건상 대의명분보다 개인 안전만 생각했습니다. 잘 판단하지 못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 길인가 고민을 많이 했으며, 심지어 가족과 함께 자결할 생각까지 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이 사건이 혁명인지, 배후에 누가 있는지, 사전 준비했는지 등을 전혀 모르지만, 김재규 단독으로 결행하지 않았는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형 직전 "대한민국 만세" 박흥주의 진심은…[행복의 나라①]

육군본부 계엄보통군법회의는 내란목적살인 및 내란중요임무종사미수죄를 적용해 구형대로 사형을 선고했다. 군 작업복 차림에 수염이 텁수룩했던 박흥주는 초조하고 긴장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정면을 바라보며 가슴을 편 부동자세를 유지했다.


현역 군인이던 그는 단심제를 적용받았다. 1심 판결과 함께 형이 확정됐다. 태윤기는 마지막 법률 수단인 재심을 청구했다. 사형 집행 시기만이라도 연기해보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박흥주는 1980년 3월 6일 경기도 시흥군 소래면 야산에서 총살형 집행으로 이승에서의 생을 마감했다. 다른 피고인들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기도 전이었다.


사형 집행 직전 그는 '대한민국 만세'를 두 번 소리 높여 외쳤다. 이유는 최후 진술에서 엿볼 수 있다. 10·26 사건 당시 행동이 가장 적절하고 정확한 행동이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AD

"사건이 다 끝난 오늘에 와서는 생각되는 점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가장 적절하고 가장 정확한 판단으로 행동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본인은 궁정동 비극이 발전하는 민주대한의 활력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리고 유족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상입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1510:17
    "눈에 띄게 달라졌다" 36억 투입해 '자동화·자원화' 확 달라진 도축장⑤
    "눈에 띄게 달라졌다" 36억 투입해 '자동화·자원화' 확 달라진 도축장⑤

    정부가 추진해 온 자유무역협정(FTA) 국내보완대책이 도축·가공 현장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산·경남권의 핵심 거점인 부경양돈협동조합 통합부경축산물공판장과 대전·충남권의 대전충남양돈농협 산하 포크빌축산물공판장은 시설 현대화를 통해 생산성과 위생, 환경 성과를 동시에 끌어올리며 국내 축산물 경쟁력 강화의 실증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수입 축산물과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공판장의 역할이 단순

  • 25.12.1209:58
    '똥값의 역전'…70억 투입하자 악취 나던 분뇨가 돈이 됐다 ④
    '똥값의 역전'…70억 투입하자 악취 나던 분뇨가 돈이 됐다 ④

    정부가 추진해 온 자유무역협정(FTA) 국내보완대책이 제주 축산 현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제주 한라산바이오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가축분뇨를 재생에너지와 비료로 전환하며 지역 축산업의 환경 기반을 바꾼 시설로 꼽힌다. 제주에서는 약 55만~60만마리의 돼지가 사육되며 하루 2500t 가까운 분뇨가 발생하는데, 한라산바이오는 이를 안정적으로 처리하고 자원화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분뇨가

  • 25.12.1108:51
    멀쩡한 사과 보더니 "이건 썩은 거예요" 장담…진짜 잘라보니 '휘둥그레' 비결은?③
    멀쩡한 사과 보더니 "이건 썩은 거예요" 장담…진짜 잘라보니 '휘둥그레' 비결은?③

    "자유무역협정(FTA) 국내 보완대책을 통해 설립된 '충주 거점 산지유통센터(APC)'는 단양과 제천, 음성, 괴산 등 충북 북부권에 위치한 농가 650곳에서 생산한 사과를 세척·선별·포장·출하하는 과실 전문 APC입니다. 생산단계부터 관리하고 사과 브랜드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또 저온저장고와 선별기 등을 통해 비용을 줄여 농가엔 더 큰 수익을, 소비자들에겐 품질 좋은 사과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 25.12.1010:18
    고품질 韓 조사료 키워 사료비·수입의존도↓ ②
    고품질 韓 조사료 키워 사료비·수입의존도↓ ②

    59개 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축산농가의 부담을 줄이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의 국내보완대책 가운데 하나가 '조사료생산기반확충 사업'이다. 조사료는 볏짚이나 목초 등 거친 섬유질 위주의 사료로, 이 사업을 통해 국산 조사료의 생산·유통·가공 기반을 갖춘 지역 단위 가공·유통센터가 확충되면서 국산 조사료 품질과 시장 신뢰도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북 김제에 위치한 전주김제

  • 25.12.0909:11
    "1인당 3500만원까지 받는다"…'직접 지원'한다는 FTA국내보완책①
    "1인당 3500만원까지 받는다"…'직접 지원'한다는 FTA국내보완책①

    올해 3분기 기준 한국은 22개의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통해 59개 국가와 FTA를 활용한 무역에 나서고 있다. 한국의 첫 FTA인 한-칠레 FTA가 발효된 2004년 4월 이후 약 21년 5개월 만의 성과다. 정부는 현재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85% 수준인 FTA 네트워크를 글로벌 1위인 90%까지 더 넓고 촘촘하게 확충할 방침이다. FTA 네트워크 확대에 따라 한국의 수출 시장이 넓어진 만큼 수출액도 2004년 2538억달러에서 2024년 6836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2.0309:48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조응천 전 국회의원(12월 1일) 소종섭 : 오늘은 조응천 전 국회의원 모시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솔직 토크 진행하겠습니다. 조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조응천 : 지금 기득권 양당들이 매일매일 벌이는 저 기행들을 보면 무척 힘들어요. 지켜보는 것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