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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화자찬 광고에 국민이 낸 건보료 '펑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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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광고 사업비 5년만에 12배 급증
한달짜리 올림픽 TV 광고에 수억원 투입
다음달 1300억원 들여 연수원 신축 '방만 경영'

의료사태 해소를 위해 건강보험 재정이 긴급 동원되는 상황에서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불요불급한 광고비로 줄줄 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평원은 의료기관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하는 환자 진료비가 적정한지 평가하는 준정부기관이다. 직원 약 4000명인 거대 조직으로 연간 운영 예산은 5000억원 선인데, 예산의 80% 이상을 국민건강보험 재정에서 지원받는다. 업무 성격상 일반 국민이 심평원과 접할 일은 거의 없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화자찬 광고에 국민이 낸 건보료 '펑펑'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광고 영상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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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아시아경제의 취재 결과 심평원이 지출하는 '광고 제작·송출 사업비'는 2019년 3억3000만원에서 올해 41억원을 넘어 5년 만에 12배 이상 급증했다.


심평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광고선전비로 지출한 비용은 2019년 30억원, 2020년과 2021년엔 각각 46억원, 2022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41억원을 웃돌았다. 심평원이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나라장터에 입찰 공고한 '종합광고 제작 용역 제안요청서'를 보면 TV 및 라디오 광고, 온라인 광고 제작 사업예산은 2019년 3억원에서 2020년 19억원, 2021년 17억원, 2022년 20억원, 2023년 31억원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심평원은 올해도 TV 광고 1편(30초)과 라디오 광고(40초) 1편, 인쇄 광고 2종, 온라인 바이럴 광고 2편 등의 제작·송출에 41억3220만원을 책정했다. 심평원은 또 별도로 소셜미디어 운영 용역에 4억원, 유튜브 영상 제작 등에 4억원을 배정했다. 올 한 해 최소 50억원을 광고선전비로 쓰는 셈이다.


심평원은 지난달 26일 개막한 파리올림픽 기간 중 공중파 방송 3사에 광고비로 수억 원을 지출했다. 올림픽 중계방송 전후 심평원 캐릭터 '히토'와 '토당이'가 나와 노래를 부르며 "진료 심사평가 심평원이 합니다"라고 말하는 광고가 한 달간 방영된다. 이 외에 심평원은 기관 홍보용 라디오 광고를 장기간 내보내고 있다. 경쾌한 음악에 맞춰 "의료 고민은 그만. 모든 의료를 내 곁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라는 멘트가 나간다. 강중구 심평원장이 직접 출연해 "국민 진료비 부담은 낮추고 진료의 품질은 높이는 일, 오직 심사평가원의 심사와 평가를 통해 가능합니다"라고 말하는 광고도 있다.


심평원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유명 유튜버를 초대해 심평원 직원들과 게임을 하는 코너, 네티즌 투표로 심평원 홍보 모델을 뽑는 코너, 심평원 배경 웹드라마 등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을 본뜬 게시물이 다수 올라와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화자찬 광고에 국민이 낸 건보료 '펑펑'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화자찬 광고에 국민이 낸 건보료 '펑펑'

심평원의 광고비 증가는 김선민 전임 원장(현 비례대표 국회의원) 재임 중 시작됐고, 강중구 현 원장 취임 후에도 유지되고 있다. 심평원 관계자는 "매년 심평원의 대국민 서비스에 대한 국민 관심도가 높아짐에 따라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짧은 기간에 광고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국민 관심이 큰 올림픽 광고를 송출한다"고 말했다. 심평원은 2022년 카타르월드컵 중계방송에도 기관 광고를 내보낸 바 있다. 이 관계자는 "정부광고법에 따라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대행을 맡기다 보니 송출 시기와 채널 등은 언론재단이 정하며, 광고 금액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심평원의 광고는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많다. 한 공공기관 홍보 전문가는 "심평원 광고가 어떤 공익 효과를 내는지 의문"이라며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의 누수를 막아야 하는 심평원이 건보료를 낭비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2021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C등급을 받은 심평원이 대국민 서비스 개선, 고객만족도 조사 등 항목의 평가 등급을 올리려고 기관 광고에 매달린다는 분석도 있다.


심평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통폐합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심평원 자체 조직이 방만한 데다, 심사 업무 일부가 건보공단 기능과 중복되는 등 두 기관의 기능과 역할이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이다. 현 정부 출범 초기인 2022년 공공기관 재편 검토 과정에서 건보공단과 심평원 통합이 비중 있게 논의됐다.


심평원이 광고 홍보를 계속 늘리는 것은 이와 같은 비판을 누그러뜨리고 건보공단 통합 추진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보건의료계는 본다. 아시아경제가 확인한 심평원 광고용역 제안서에는 "어려운 기관 업무를 대중의 관점으로 쉽게 재해석해 시청자에게 기관 존재의 당위성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한다"는 내부 목표가 적혀 있다. 국민에게 걷은 건보료를 자기 기관 존립을 위해 사용하는 셈이다.


한편, 심평원은 다음 달 예산 1360억원을 투입해 오는 강원도 평창군에 교육연수원을 착공한다. 심평원은 수천명 직원을 체계적으로 교육해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시설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지난 2015년과 2019년 원주에 심평원 제1사옥과 제2사옥을 짓는 데 이미 1400억원, 1500억원을 투입한 데 이어 연수원에 다시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사용하면서 ‘방만 경영’이라는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의 공동대표인 하승수 변호사는 "심평원의 기관 성격상 대국민 홍보를 해야 할 특별한 사안이 없는데 추상적, 포괄적인 홍보를 위해 광고 예산을 사용하는 것은 공적인 건강보험 재정 낭비"라고 말했다. 그는 "예산은 필요성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해 써야 하는데 심평원이 기관 홍보에 수십억 원을 쓰는 게 맞는지 해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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