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일본이 불과 일주일 만에 우려의 중심지가 됐다. 주식, 채권, 엔, 신용 등 모든 부문에 걸쳐 걱정거리가 됐다는 진단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7일(현지시간) "일본이 시장, 경제에 대한 전 세계의 기대를 완전히 뒤집어 놓는 데는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앞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랠리를 이어온 일본 도쿄증시와 엔화 환율은 최근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불과 일주일 전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이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이어져 일본은 물론, 글로벌 증시 폭락에 기름을 부은 탓이다. 여기에 우에다 가즈오 총재가 회의 당일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도 환율시장을 뒤흔들었다. 투자자들로선 엔화 약세가 지속되고 급격한 금리 인상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거시적 관점을 기반으로 한 전략을 모두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블랙록 출신인 스테판 밀러 그랜드사무엘펀드 컨설턴트는 "의심할 여지 없이 시장에 절대적으로 새로운 영역"이라며 "BOJ가 수년간의 제로 금리 또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는 지금, 모든 곳에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제 일본은 주식, 채권, 엔, 신용 등 모든 것에 걸쳐 새로운 우려의 중심에 섰다"고 평가했다.
일본 시장에서는 최근 변동성이 급격히 커진 상태다. 대표적 주가지수인 닛케이225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미국의 고용쇼크로 침체 우려가 확산한 지난 5일 1987년 이후 최대 수준의 낙폭을 기록했다. 이어 다음 날에는 전날 과도한 낙폭에 따른 반발 매수로 다시 10% 급등했다.
이처럼 커진 변동성은 일본이 목표로 한 디플레이션 탈출은 물론, 소비자 신뢰 전반에 영향을 줘 정치, 가계에도 여파를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날 우치다 신이치 BOJ 부총재는 시장이 안정되지 못한 한 금리 인상은 없다는 입장을 밝힌 후 엔화가 다시 2%대 약세를 나타낸 것도 투자자들로선 골칫거리다.
스미토모 미쓰미 은행의 스즈키 히로후미 수석외환전략가는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와 투자가 억제될 수 있다는 것이 리스크"라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기업과 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엔화 급등은 급격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이어졌다. 이는 엔화 약세와 도쿄 증시 랠리를 기반으로 이익을 얻고자 한 모멘텀 거래가 모두 사라졌음을 뜻한다고 통신은 짚었다.
블랙록의 웨이 리 글로벌 수석투자전략가는 과거와 비교해 이번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속도를 과도한 반응으로 평가하면서 "일본에 경기침체 두려움 이상의 것이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일본 내에서는 지난주 BOJ의 금리 인상이 실수였다는 비판이 잇따르는 가운데 당시 결정이 정치적 압력을 받은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러한 상황은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 간 관계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9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둔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재도전을 선언하는 것 역시 어렵게 할 것이란 관측이다. 사실상 퇴진 수준의 낮은 지지율을 기록한 기시다 총재는 아직 출마 여부를 명확히 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일각에서는 BOJ의 움직임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확인된다. 노무라 홀딩스의 크리스토퍼 윌콕스 거래 및 투자은행 책임자는 거시적 환경을 고려할 때 금리 인상이 올바른 결정이었다며 수십 년간 이어온 통화완화 정책의 변화는 파괴적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최근 시장 혼란을 계기로 일본의 투자 여건을 재평가하고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밀러 컨설턴트는 "유일한 전략은 당신이 수십 년간 사용한 전략 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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