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분기 만에 영업 적자 기록
공정위 과징금 1630억 반영
활성화 고객 수 12%↑, 매출 10조 넘겨
쿠팡의 올해 2분기 매출이 10조원을 넘어섰다. 쿠팡이 분기 매출이 1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이번 처음으로 외형 성장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다만 명품 플랫폼 파페치의 영업손실에 이어 공정거래위원회의 자체 브랜드(PB) 상품 '검색순위 조작' 등 과징금 추정치를 선반영하면서 영업이익은 8개 분기 만에 적자 전환했다.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쿠팡 모기업 쿠팡Inc는 2분기 쿠팡의 매출액이 10조357억원(73억2300만달러, 1370.44원 기준)으로 전년 대비 30% 늘어났다고 7일 공시했다. 파페치(6300억원)를 제외한 쿠팡 매출은 9조40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성장했다.
다만 이 기간 영업손실은 342억원(2500만달러)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쿠팡이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은 2022년 3분기 영업흑자를 낸 이후 8개 분기 만이다. 쿠팡은 2022년 3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7분기 연속 영업흑자를 이어왔다. 지난해 2분기에는 1940억원(1억4764만달러)의 영업이익을 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531억원(4000만달러)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205억원(1500만달러)이다. 지난해 상반기 쿠팡의 영업이익은 2억5440만달러로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규모는 94% 급감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번 쿠팡의 영업적자는 올해 초 인수한 파페치의 영업손실 424억원(3100만달러)과 공정위 과징금 1630억원(1억2100만달러)이 반영되면서다. 과징금 추정치는 이번 실적에서 판매관리비 부문에 포함됐다. 당기순손실은 1억500만달러(1438억원)를 기록해 적자로 전환했다.
김범석 의장 "뛰어난 고객 경험…성장과 수익성 강화"
김 의장은 이날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세계 최고의 리테일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다년간의 투자와 혁신에 힘입어 계속해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며 "최저 가격으로 뛰어난 고객 경험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성장과 수익성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쿠팡의 활성 고객 수가 2170만명가량으로 전년 대비 12% 늘어났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의장은 "가장 오래된 고객 집단(코호트)을 포함한 고객들이 계속해서 소비를 늘리고 있다"며 "미래 성장 기회가 무궁무진해 아직도 개발되지 않은 부분이 상당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5600억달러 규모의 고도로 세분화된 커머스 시장에서 쿠팡의 점유율은 매우 작고, 여정의 초기 단계에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쿠팡의 사업 부문은 프로덕트커머스(로켓배송, 로켓프레시, 로켓그로스, 마켓플레이스)부문과 성장사업(파페치, 대만, 쿠팡이츠)으로 나뉜다. 이 중 쿠팡의 핵심 사업인 프로덕트 커머스는 견고한 성장세를 보였고, 파페치를 비롯한 성장사업 매출은 6배 가까이 뛰면서 매출 성장세를 견인했다.
거랍 아난드 쿠팡 CFO는 "판관비용이 지난해 동기 대비 6%포인트 늘었다"며 "파페치의 구조조정 비용과 공정위의 과징금 추정액을 제외했다면 2분기 지배주주 순이익은 약 1억2400만달러(1699억원)를 기록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료 멤버십 인상 영향 없어"
프로덕트커머스 부문의 2분기 매출액은 8조3100억원(64억3100만달러)으로 같은 기간 18% 성장했다. 김 의장은 로켓그로스를 포함한 마켓플레이스 사업이 국내 전체 유통 시장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마켓플레이스는 13분기 연속 로켓배송(직매입)보다 더 빠르게 성장 중인데 이는 소상공인(연 매출 30억원 이하)들의 사업이 커졌다는 것"이라며 "로켓그로스 사업을 시작한 판매자 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150%나 성장했다"고 밝혔다.
쿠팡이 유료 멤버십인 와우멤버십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지만, 활성 고객 수는 더 늘었다. 쿠팡은 지난 4월 유료 멤버십 와우 서비스 월간 이용료를 현행 4990원에서 7890원으로 8월부터 인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쿠팡의 2분기 활성 고객 수는 2170만명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2% 늘었고, 고객 매출은 같은 기간 5% 증가한 309달러(42만3400원)로 나타났다.
이는 C커머스(알리, 테무) 애플리케이션(앱)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하락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알리익스프레스의 지난 3월 기준 MAU가 각각 694만명을 기록했는데, 6월 기준으로 보면 625만명으로 70만명이나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테무도 마찬가지다. 지난 4월 기준 693만명의 MAU를 기록했지만 6월 기준으로는 30만명이 이탈한 661만명을 기록했다. 대규모 쿠폰, 할인 마케팅으로 인해 이용자 수가 반짝 상승했지만, 판매 중인 상품에 대해 품질과 유행성 논란이 커지면서 이용자 수가 급감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 의장은 "프로덕트커머스 사업에 대한 역대급 규모 투자는 인정받지 못했었지만, 지금은 분기마다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며 "포장 비용 등을 절감해 수익성을 높이는 작업에도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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