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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뺑뺑이에 고객들 ‘분통’, 상담원은 ‘곡소리’[뺑뺑이 AI콜센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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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은 이용할 일이 있는 콜센터, 언제나 상담원이 친절하게 전화를 받아 문제를 해결해 주던 금융회사의 콜센터가 어느샌가 금융소비자에게 불편한 곳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전문가들은 아직 금융회사 콜센터에서 AI 상담 서비스는 단순 조회·문의와 같은 보조적 역할을 수행하는 데 그치고 있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또 향후 AI 상담 서비스의 발전 방향으로는 인간 상담원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 성격이 다른 인간 상담원과 AI의 조화로운 역할 분담을 통해 빠르게 문제해결에 나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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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AI, 불만 쌓이는 고객들
노동강도 세진 노동자들
칼 빼든 당국
“인간 상담원과 쉽게 소통토록 개선”

편집자주“(AI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누구나 한 번쯤은 이용할 일이 있는 콜센터, 언제나 상담원이 친절하게 전화를 받아 문제를 해결해 주던 금융회사의 콜센터가 어느샌가 금융소비자에게 불편한 곳으로 변해버렸습니다. 미완(未完)의 ‘인공지능(AI) 상담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오히려 금융소비자가 체감하는 문제해결 절차와 소요 시간은 지연되고만 있습니다. 은행·카드사 등 금융권이 콜센터의 상담원을 AI 상담 서비스로 대체하면서 나타난 아이러니입니다. 이에 아시아경제는 금융소비자, 노동자 등 다양한 시선 아래서 금융회사 콜센터의 속사정을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AI 뺑뺑이에 고객들 ‘분통’, 상담원은 ‘곡소리’[뺑뺑이 AI콜센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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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 김지혜씨(31·여)는 오랜만에 한 카드회사 콜센터에 연락했다가 불쾌한 경험을 했다. 국민행복카드 신청 관련 문의를 위해 인간 상담원과 통화를 하고 싶었지만, AI 챗봇 등을 아무리 뒤져봐도 도무지 인간 상담원과 직접 상담할 수 있는 경로를 찾지 못해서다. 그는 여러 차례의 시도와 온라인 포털 검색을 거친 뒤에야 ‘보이는 자동응답시스템(ARS)’ 화면을 거쳐야만 인간 상담원과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김씨는 “처음엔 인간 상담원과 직통으로 연결되는 ARS 번호를 듣지 못한 줄 알고 여러 차례 전화하느라 공연히 시간을 낭비하기도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 한 인터넷전문은행 카드 상품을 이용 중인 주부 심명희씨(61·여)는 최근 생전 처음 보는 해외 쇼핑몰에서 자신의 카드로 약 30달러가 결제됐다는 알림을 받았다. 놀란 심씨는 동이 트자마자 해당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해 콜센터 연결을 시도했지만 곧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챗봇에 문의했지만 엉뚱한 답변이 반복돼서다. 채팅 상담도 있지만 타자에 익숙지 못한 그는 결국 자녀에게 해결을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심씨는 “키오스크(KIOSK)를 처음 본 어르신들이 딱 이렇겠다고 생각했다”면서 “나름대로 비슷한 나이대에 비해 스마트폰을 잘 활용한다고 생각했는데 당혹스러웠다”고 했다.


금융회사 콜센터에 챗봇·음성봇 등 AI를 기반으로 한 상담 서비스가 급격히 확대되면서 역설적으로 금융소비자들의 불편함이 가중되고 있다. 24시간 언제, 어디에서나 금융소비자의 민원 해결을 돕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됐지만 기능상의 한계 탓에 오히려 소비자의 불편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AI 뺑뺑이 지친다’ 분통 터뜨리는 고객들

경기 성남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희준씨(35)는 “한 카드회사에 보유한 카드 2개의 자동이체 계좌를 각기 다르게 설정하려고 콜센터에 전화했는데 문제 해결은커녕 자꾸 엉뚱한 답변만 늘어놓는 AI 챗봇으로만 연결되다 보니 이 단순한 문제에 40분이나 걸렸다”면서 “이 정도의 단순한 업무처리도 안 되는데 상담 채널을 닫아놓으니 불편만 커졌다. 불쾌감에 (인간 상담원에게) 퉁명스럽게 대했는데 사실 애먼 곳에 화풀이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이는 비단 한국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일은 아니다. 글로벌 고객관계관리(CRM) 기업인 세일즈포스가 지난해 3~4월 전 세계 6058개 금융회사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금융회사의 디지털 경험에 만족한다는 비중은 은행 기준 21%에 그쳤다. 가장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요소로는 챗봇(39%)을 꼽았다. 챗봇은 대부분의 금융회사가 콜센터에 도입한 대표적 AI 상담 서비스로 분류된다.


인간 상담원들도 ‘곤혹’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비단 금융소비자만이 아니다. 인간 상담원들도 급격히 확대된 AI 상담 서비스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아시아경제가 취재 과정에서 만난 현직 인간 상담원들은 AI 상담 서비스 도입 이후 노동강도가 더욱 상승하고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AI가) 알아듣지도 못하는데 왜 (상담 전화) 뺑뺑이만 시키느냐”라는 금융소비자의 짜증과 분노를 오롯이 감내해야 하는 것도 상담사들이다. 대화를 통해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쉽게 마무리 지을 수 있는 문제도 AI 챗봇, 음성봇을 거치며 소위 ‘불만 콜(call)’로 바뀌며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게 일선 인간 상담원의 토로다.


실제로 아시아경제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에 의뢰, 전국 성인(만 19~69세) 500명을 대상으로 패널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26.2%가 AI 상담을 거쳐 인간 상담원과 연결됐을 때 '불쾌감을 느낀다'라고 답했다. 'AI 상담보다 인간 상담원을 더 신뢰한다'라고 답변한 응답자도 26.4%였다.


AI 확대에 따른 고용불안도 콜센터 인간 상담원들을 옥죄고 있다. 이는 이미 현실화하고 있는 문제다. 한 시중은행은 지난해 12월 6개 콜센터 용역회사를 4개로 감축하면서 소속된 상담원 240여명에게 해고 예고 통지서를 발송한 바 있다. 노동조합 및 시민사회의 반발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업계에서는 향후 대량 해고 사태는 시간 문제가 아니냔 관측도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금융사들이 AI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한 시중은행장은 "아무래도 AI 상담 서비스 도입 이후 콜센터의 (인간) 상담 인력이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사회와도 중장기적으로 수천억 원에 이르는 투자를 단행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아직 금융회사 콜센터에서 AI 상담 서비스는 단순 조회·문의와 같은 보조적 역할을 수행하는 데 그치고 있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또 향후 AI 상담 서비스의 발전 방향으로는 인간 상담원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 성격이 다른 인간 상담원과 AI의 조화로운 역할 분담을 통해 빠르게 문제해결에 나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AI 외에도 인간 상담원과 쉽게 소통하도록 개선” 칼 빼든 당국

금융당국도 금융소비자의 AI 상담 불편 개선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제5차 공정금융 추진위원회'를 개최하고 고령 고객이 금융회사 고객센터를 이용할 때 AI 상담 외에도 인간 상담원과 쉽게 소통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개선하기로 했다.


아시아경제는 이날부터 10회에 걸쳐 이런 콜센터의 속사정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우선 여론조사 전문기관 마크로밀 엠브레인에 의뢰해 실시한 모바일 패널조사를 통해 실제 금융소비자들이 ‘통념’과 달리 금융회사 콜센터 AI 상담 서비스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또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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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느끼는 AI 상담 서비스의 현실도 현직에서 분투하는 인간 상담원들의 생생한 목소리로 풀어낸다. AI가 잠식하고 있는 인간 상담원들의 노동환경도 구체적인 근거로 입증할 예정이다. 아울러 10여년간 콜센터 현장을 연구해 온 의료인류학자에게 듣는 ‘현실’, AI의 최전선의 선 뱅커(Banker)가 말하는 AI 상담 서비스의 ‘미래’도 짚어 낼 계획이다.



AI 뺑뺑이에 고객들 ‘분통’, 상담원은 ‘곡소리’[뺑뺑이 AI콜센터]①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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