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인 부위원장, 자진사퇴에 대통령 재가
상임위원 0명…방통위 개점휴업·업무 공백
MBC 등 공영방송 이사 선임 놓고 대치
야권의 계속된 탄핵 시도로 방송통신위원회에 상임위원이 단 한명도 남지 않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26일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을 수행 중인 이상인 부위원장은 대통령실에 사의를 표명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사의를 수용해 면직안을 재가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언론 공지를 통해 "방통위 부위원장 사임은 적법성 논란이 있는 야당의 탄핵안 발의에 따른 것"이라며 "방통위가 불능 상태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이동관, 지난 2일 김홍일 당시 방통위원장을 비롯해 이 직무대행까지 연이은 야당의 탄핵 추진에 밀려 자진사퇴한 것이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지난 24일부터 이날까지 사흘간 진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상임위원 '제로(0)'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방통위 수장 공백으로 방송·통신·미디어 정책 전반을 관할하는 위원회의 기능도 사실상 중단된다. 이 후보자가 임명되더라도 1인 체제에 그쳐 의결 등 기능이 어려울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직무대행은 상임위원의 신분이라 사퇴 후 청문회 등의 절차 없이 대통령이 즉각 후임을 임명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이 직무대행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오전 11시께 별다른 퇴임 행사 없이 직원들과 가벼운 인사를 나눈 후 청사를 떠날 것으로 예정됐다. 그는 그동안 위원장 공석 때마다 직무대행을 수행해왔다. 주요 방송사 재허가·재승인과 보도전문채널 YTN 최대 주주 변경, KBS 수신료 분리 징수, 공영방송 이사회 재편 등 굵직한 의결 및 업무에 참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당론으로 채택한 이 직무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국회 본회의에 보고했다. 탄핵안은 본회의 보고 이후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 무기명 투표 표결 원칙에 따른다. 탄핵안이 의결되면 최장 180일간 방통위 업무가 정지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직무대행의 자진 사퇴로 탄핵안 처리는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저지하기 위해 탄핵안을 발의했다. 방통위는 지난달 28일 KBS와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EBS 임원에 대한 절차를 진행시켰다. 방통위는 MBC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 9명에 대한 임명권과 KBS 이사 11명의 추천권, EBS 이사 9명에 대한 임명권을 갖고 있다.
이 후보자는 이 직무대행에 대한 탄핵 추진에 대해 인사청문회에서 "국민들이 보시면 '이럴 수가 있나' 지탄을 하실 것 같다"며 "한 부처에 해당하는 위원회가 상임위원 5명이 없이 사실상 제로 상태로 간다는 것을 어떤 국민이 이해하실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사실상 위원회 업무가 마비되는 그런 결과가 왔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회가 시급한 민생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입법은 외면한 채 특검과 탄핵안 남발 등 정쟁에만 몰두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국회가 더 이상 미래로 가는 대한민국의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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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 부위원장은 전날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출석할 예정이었다가 야당이 탄핵안을 발의하자 불출석하고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직무대행은 대외적으로는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했다. 과방위는 이 부위원장의 불출석을 문제 삼아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로 의결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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