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청탁금지법 시행령' 의결
화환·조화, 농수산물 가액은 동결
"거시경제적 효과는 미미할 듯"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 8년 만에 식사비 한도가 상향되면서 소상공인과 외식업계에서 '숨통이 트였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다만, 이번 개정안에 식사비를 제외한 화환·조화 및 농·축·수산물 선물 가액 상향안은 빠지면서 업종별 희비가 엇갈리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는 '부정 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상 음식물 가액 범위를 3만원에서 5만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현행 김영란법은 공직자 등에게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의례 등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3만원 이하의 음식물에 대해 예외적으로 수수를 허용하고 있다. 각 가액범위는 경조사비 5만원, 화환·조화 10만원, 선물 5만원(농·축·수산물 15만원)이다.
김영란법상 음식물 가액범위는 2016년 시행 이후 변함없이 3만원으로 유지돼 왔다. 이에 과천·대전 등 관공서 일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상인들은 가액 기준에 맞춰 3만원 이하 세트 정식을 출시하며 대응했다. 그러나 물가가 급격히 오르며 이마저도 어려워지자 일부 식당에선 식사비 한도에 맞춰 여러 번 쪼개서 결제하는 '쪼개기'가 성행하는 등 부작용도 속출했다.
정부 과천청사 인근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이길례씨(67)는 "예전엔 3만원 이하로 점심 세트를 구성해도 그럭저럭 비어 보이진 않았는데, 요샌 반찬 몇 가지 넣으면 도저히 수익이 안 나온다"며 "8년 동안 재룟값이 오를 동안 식사비 한도는 한 번도 조정되지 않았다. 5만원도 빠듯한 금액이지만, 훨씬 숨통이 트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 화환·조화비, 농·축·수산물 선물비 등이 빠지면서 업종별 희비가 엇갈렸다는 반응도 나온다. 화환·조화비는 2018년 기존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한 차례 상향된 이후 6년째 동결 중이고, 농·축·수산물 선물비는 지난해 10만원에서 15만원으로 상향됐으나 여전히 현실 물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단 지적이다.
서울 종로구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김모씨(37)는 "조화·화환은 시행 이후 한 차례 상향됐으니 이번 대상에서 제외된 것 같은데 사실 꽃값도 국내 유통 구조로 인해 말도 안 되게 올랐다"며 "이번 대상에서 제외돼 아쉽지만, 다음번엔 조정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도 "전반적으로 이번 상향 결정에 대해서 소상공인들은 환영한다는 분위기"라면서도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비단 외식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번 계기로 나머지 업종의 가액도 현실 물가에 맞게 조정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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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가져올 경제적 효과에 대해서는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오히려 평소 6만원대 메뉴를 먹던 이들이 한도에 맞춰 5만원대 메뉴를 주문할 수도 있다. 개별 상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클지언정 거시경제적으로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음식물 가액을 인상한 배경이 '현실 물가 반영'이라면 나머지 업종에 대해서도 조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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