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빵 굽는 타자기]6411번 새벽 버스를 탄 이들의 목소리

시계아이콘01분 29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나는 얼마짜리입니까’…이제는 우리 모두의 질문

[빵 굽는 타자기]6411번 새벽 버스를 탄 이들의 목소리
AD

최근 한 온라인서점에서 진행된 북펀딩에 정치권·문화예술계·시민사회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나는 얼마짜리입니까’라는 제목의 이 책은 각계의 응원에 힘입어 펀딩이 시작되자마자 모금 목표를 달성했다. 일주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목표인 300만원의 네배를 훌쩍 넘는 금액이 모였다. 이는 이 책이 전하는 이야기에 공감하는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나는 얼마짜리입니까’라는 질문은 이 책에 담긴 글을 쓴 폐지 수집 노동자, 배달원, 기숙학원 노동자, 대리 운전기사, 이주노동자, 캐디, 택배사 아르바이트생, 학교급식 노동자, 콜센터 상담원, 봉제 공장 노동자, 도축검사원, 번역가, 사회복지사, 전업주부, 예능작가, 헤어디자이너만의 것이 아니다. 저임금과 열악한 업무 환경을 감수하면서도 소임을 다하려 애쓰는 우리 모두의 질문이다.


이 책은 75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겪은 경험을 글로 엮었다. 각자의 노동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이 쓴 한 편당 A4용지 한 장 분량의 짧은 글이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내밀한 사연들이 던지는 파장은 길게 남는다. 자동차를 판매하는 영업사원은 정규직 영업사원과 비정규직 영업사원으로 나뉜 현실에 대해 얘기한다. 판매전시장은 정규직 영업사원이 근무하는 지점과 비정규직 영업사원이 근무하는 대리점으로 이원화돼 일종의 ‘계급’이 생겼다는 것이다. 입시 기숙학원에서 야간 근무를 하는 한 노동자는 휴게 시간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게 하고 근무 위치에서 무급으로 대기시키는 문제를 제기한다. 이는 근로기준법 54조를 관행적으로 위반하는 것이어서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냈더니 폐쇄회로TV(CCTV)로 감시를 시작했다고 토로했다. 외국인투자기업에서 일했던 이는 고용 창출이라는 명목으로 국가가 주는 온갖 혜택을 받아왔던 기업이 청산 방식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노동자를 해고하는데도 정부는 ‘외국인투자기업은 원래 그래왔다’고 외면한다고 지적한다.


어쩌면 이들의 몸부림은 달걀로 바위 치기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우리가 처한 절박한 현실을 들여다볼 수 있다. 독자는 겪어보지 못한 삶의 애환을 체험하면서 자연스레 주위 사람들을 돌아보게 된다. 우리 사회를 떠받치고 살아가는, 평소에 무심코 지나쳐온 일하는 사람들의 얼굴이다. 그들이 어떻게 일하며 언제 웃고 우는지를 짐작해보면서 이는 곧 나의 얼굴, 내 가족의 얼굴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이르게 된다.


이 책은 저자의 이름을 ‘6411의 목소리’라고 썼다. 노회찬 전 의원이 2012년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수락 연설을 할 때 한 6411번 버스의 이야기에서 착안했다. "6411번 버스라고 있습니다"라고 시작한 연설에서 노회찬은 서울 구로구 가로수 공원에서 새벽 4시에 출발하는 6411번 첫 차가 강남의 빌딩을 청소하기 위해 새벽 3시에 일어나 출근하는 노동자들로 금세 만석이 된다고 말했다. 우리는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노동자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으며, 한국 사회는 그 노동자에 의해 지탱되고 있음을 알린 이 연설 이후 ‘6411번 버스’는 소외된 노동 계층을 대표하는 고유명사가 됐다. 이 책에 한 이주노동자는 함께 잘 살고 싶다고 썼다. "그러기 위해선 내 하루가, 내 삶이 ‘있는 그대로’, 당신하고 똑같이 ‘잘 살고 싶은 사람’으로 대우받길 바라요"라고 한다. 책을 덮으면 이 당연한 얘기를 힘줘 해야 하는 현실이 애달프다.


AD

(나는 얼마짜리입니까/6411의 목소리 지음/창비/2만원)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