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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저작권 시비 ‘단장의 미아리고개’ 관할권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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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노래 유튜브에 무단 게재”
고 이재호 작곡가 아들이 소송
장윤정·송가인·SBS·MBN 등 골머리
2022년 미국 판결은 “관할권 부족”
“주장 수용 땐 저작권 질서 무너져”

‘단장의 미아리고개’, ‘나그네 설움’, ‘불효자는 웁니다’, ‘번지없는 주막’ 등 해방 전후 수많은 명곡을 남긴 작곡가 고(故) 이재호(1919-1960) 씨. 특히 ‘단장의 미아리고개’는 2019년 TV조선 ‘미스 트롯’ 결승전에서 가수 송가인이 불러 화제가 됐다.


이재호 씨의 음악 저작권을 물려받은 아들 이범수 씨가 송가인은 물론 김연자, 장윤정 등 유명 트로트 가수들과 TV조선, MBN, MBC, SBS 등 방송사, 음원 스트리밍 업체, 노래방 기기 업체 등을 상대로 잇따라 저작권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서 저작권 시비 ‘단장의 미아리고개’ 관할권은 어디에 고(故) 이재호(1919-1960) 씨 [이미지출처=법률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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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법률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가수 3명과 방송국, 관련 기업들은 지난해 12월 미 연방 캘리포니아 중부지방법원에서 저작권 침해소송에 피소됐다.


이 씨는 가수들과 방송사들이 아버지가 작곡한 노래의 ‘커버곡’ 영상을 유튜브에 게시한 것을 문제삼았다. 소장에 따르면 이 씨는 “한국의 방송국과 가수들이 아버지가 작곡한 음악을 미국에서도 접속이 가능한 유튜브에 저작권자 허락 없이 게재해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1건당 최소 3만 달러에서 최대 15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주장했다. 또 방송사가 과거 방영한 드라마에 이재호 씨 음악이 허락없이 쓰였는데 드라마는 미국에서도 VOD 서비스를 이용해 시청이 가능하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이 씨는 소장에서 “2001년 8월 미 저작권협회에 부친이 작품 125곡의 저작권을 등록해 인정받았고 2018년 사망한 어머니가 내게 미국저작권을 넘겼으며 이 저작권은 미국과 한국에서 2030년까지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소장에 따르면 이 씨를 비롯한 유족들은 1970년대 초 미국으로 이민을 와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상태다.


현재 일부 피고들은 미국 현지의 로펌을 선임한 상황이다. 이들은 소송 대응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송의 가장 큰 쟁점은 미국 법원에 ‘소송 관할권이 있는지’ 여부다. 앞서 이 씨는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트로트 음악의 인기가 뜨겁던 지난 2022년 2월에도 방송사와 음원 사이트, 노래방 기기 제조업체 등을 상대로 캘리포니아법원에 비슷한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2022년 1심과 항소심 법원 모두 “‘인적 관할권’이 부족하다(lack of personal jurisdiction)”며 이 씨의 청구를 각하했다. 미국에서 인적 관할권은 피고가 소송 당한 법원이 있는 주(州)에 거주하지 않는 경우 문제가 된다.


당시 피소당한 방송사들도 “설령 유튜브에 저작권을 침해한 영상을 게시했다고 해서 미국 연방법원에 재판관할권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주 시청자인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저작권 침해와 연관이 있어야 관할권이 발생하는데 원고가 이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음원서비스 업체들도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한국 주민등록번호와 휴대전화번호를 입력해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고 한국의 은행을 통해서만 결제가 가능하다”며 미국을 포함한 한국 바깥지역에서 서비스를 하지 않았으므로 미국 법원엔 관할권이 없다고 주장했다. 미 연방법원도 피고들의 이 주장을 받아들였다. 국내 저작권 전문가들도 피고들의 콘텐츠에 대한 미국 법원의 판결이 타당하다고 보고 있다.


박성호 한양대 로스쿨 교수는 "온라인상 이루어지는 전송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월드와이드'한 것이므로 전 세계 어디에서도 해당 콘텐츠를 접속하는 것이 가능하다. 접속 가능한 국가마다 관할을 주장한다면 저작권 보호를 위한 국제 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한 점에서 한국 음악저작물을 한국어로 가창한 콘텐츠가 온라인상 서비스 되더라도 그것은 당연히 한국 영토 내에서의 서비스 제공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며 "미국 영토는 한국 음악저작물에 대한 저작권 침해로 손해가 발생하리라는 것을 합리적으로 예견할 수 있는 피해장소라고 판단되지 않는다면 관할을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식재산권 사건에 정통한 한 부장판사는 “미 법원이 문제된 영상들은 한국 내 시청자들을 주 시청층으로 한 것이며 미국에서만 영상을 내보낼 목적으로 유튜브에 올린 것이 아니라는 점 등 실질적 연관성을 감안해 판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선 저작권이 소멸된 작품이 미국에서 저작권 시효가 남아있는 점을 이용해 미국 법원에 소송을 잇따라 제기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1960년 사망한 이재호 씨의 저작물은 저작권 보호 기간인 ‘저작자 사후 50년’이 지난 2010년에 이미 저작권이 소멸됐다. 반면 미국은 저작권법상 작품 발표 후 최대 95년까지 저작권이 보호됨에 따라 여러 곡은 여전히 저작권 보호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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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지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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