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환경 구축해 적극 유치
지방소멸·고령화 두 토끼 잡기
사회문제 해결 린치핀 역할할 것
대한민국은 기적을 이룬 나라다. 불과 60년 만에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 세계화를 모두 성공적으로 이루고 경제 대국이 되었다. 최근엔 다양한 K-문화 확산으로 세계 속의 매력 국가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안으로는 해결해야 할 사회적 과제가 산적해 있다. 저출생, 고령화, 지방소멸, 교육, 일자리, 갈등과 대립….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 하지만 긴 안목으로 방향과 목표를 잘 설정하고 효과적인 전략을 일관되게 지속한다면, 우리가 이전에 경제적 기적을 이룬 것처럼 또 다른 기적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그것이 우리 대한민국이 가진 저력이다.
지방소멸과 고령화를 예로 한번 살펴보자. 지금 우리 사회는 저출생 극복이 최고의 화두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대한 문제가 바로 고령화와 지방소멸 이슈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를 겪고 있다. 평균수명과 고령자 비중은 계속 늘어가고 고령자 빈곤 문제도 심각하다. 인구의 20%에 달하는 65세 이상 고령자의 의료비용이 전체 의료비의 50%에 육박하고 있다. 720만명의 제1차 베이비붐세대(55년-63년생) 은퇴에 이어서 950만명에 달하는 제2차 베이비붐세대(64년-74년생)의 은퇴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들은 은퇴 후에도 평균 40년가량을 더 살아가야 하지만, 건강, 소득, 경제사회활동 측면에서 상황은 녹록지 않다.
고령화와 함께 지방소멸 대응도 우리 사회의 오랜 숙제다. 한국은 세계에서 수도권 집중이 가장 심각한 나라다. 국토면적 11.8%를 차지하는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51%에 해당하는 2600만명이 살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지방은 소멸위험과 초고령화의 이중고에 빠져 있다.
저출생 극복을 위해 인구전략기획부를 포함해서 특단의 조치를 취하는 것처럼, 지방소멸과 고령화를 위해서도 기존과는 다른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 제1차 및 제2차 베이비붐세대가 주도하는 지방르네상스 시대 대책이 그 하나가 될 수 있다.
베이비붐세대는 긍정적인 공통점이 많다. 풍부한 업무 경험이 있고 건강하고 교육 수준도 높고 여전히 일하고 싶고 문화예술 활동도 즐기고 싶어한다. 전국의 모든 지자체가 연합해서 베이비붐세대의 이런 특성과 욕구에 부합하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조성해서 베이비붐세대를 지방으로 끌어들이자.
우리나라의 지방은 전국 어디를 가나 아름답고 쾌적한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다. 건강하게 살기에 최적의 환경을 지방은 이미 갖추고 있는 셈이다. 대학병원 증설을 포함해서 의료시설 확충에 좀 더 힘쓴다면 금상첨화다.
전국의 지방대학 역할도 전면 개편하자. 청년 중심, 학위취득 중심의 현행 대학 기능을 넘어서 성인들의 평생교육을 담당하는 기능을 대대적으로 강화하자. 이런 활동이 지방대학을 회생시키는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다. 지방 활성화를 위해 일정 기간 지방과 지방대학을 규제자유지역으로 만들자. 그렇게 해서 지방에 교육, 병원, 문화예술, 주거환경 혁신을 일으키자.
이런 과정을 통해 지방에서 환경만 마련된다면 베이비붐세대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린치핀 역할을 할 것이라 믿는다. 베이비붐세대 주도로 지방 르네상스 시대를 만들자. 그러면 지방소멸과 고령화라는 큰 문제 두 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지방대학의 부흥 효과까지 가져올 수도 있다.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셈이다.
김현곤 국회미래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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