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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함바집'이 강남에만 있고, 강북에는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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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함바집'이 강남에만 있고, 강북에는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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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사람들은 함바집을 꼭 만들어달라고 요청해요. 흙먼지를 뒤집어쓴 인부들이 동네에서 식당을 찾아다니는 것이 싫다는 거죠." 얼마 전 만난 한 건설사 직원은 강남 아파트 건설 현장에는 함바집이 필수라고 했다. 함바집은 공사장 인부들이 밥을 먹는 식당인데, 강남과 달리 강북 사람들은 오히려 건설사가 현장에 함바집을 세우는 걸 반대한다고 한다. 강북에서 인부들은 근처 음식점에서 월식권을 끊는 단골손님이 될 수 있어서다.


함바집 같은 에피소드는 건설업계에 차고 넘친다. 한 대형 건설사는 몇 년 전 강남 한복판에 고급 브랜드 아파트 견본주택을 세웠다. 이 건설사는 견본주택을 1·2층으로 나눠 경기도에 들어설 다른 아파트 견본주택과 함께 운영했다. 이후 강남 새 아파트에 입주를 앞둔 주민들이 몰려왔다. 이들은 "경기도 아파트와 모델하우스를 같이 쓰면 우리 아파트의 격이 떨어진다"며 경기도 주택의 방을 빼달라고 요구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근본적인 원인은 ‘강남과 기타지역’으로 나뉘는 부동산 시장 양극화다. 요사이 양극화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지난 5월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증감률(전년 동기 대비)을 보면 강남 3구(서초구 1.2%·강남구 2.0%·송파구 4.0%)와 마용성(마포구 1.9%·용산구 2.4%·성동구 3.2%)은 상승세가 뚜렷했다. 반면 노도강(노원구 -0.7%·도봉구 -0.6%·강북구 -0.4%)은 오히려 내렸다. 우리나라 전체 미분양 아파트 7만2000가구 중 80%를 떠안고 있는 지방의 아파트값은 바닥이 어디인지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수십억 원씩 굴릴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똘똘한 한 채’를 찾아 강남으로 몰려간다. 이같은 현상은 문재인 정부 시절이었던 2017년 하반기부터 나타났다. 당시 정부가 부동산 세금을 늘리고 은행 대출을 규제하자 다주택자 지위를 버리고 1주택자의 길을 가는 사람들이 늘었다. 이 행렬에는 서울뿐 아니라 지방 사람들까지 가담했다.


이후 공급 부족이 집값 양극화 추세에 기름을 부었다. 수요가 많은 서울은 공급이 더 부족한 형편이다. 전(前) 정부가 서울 도심의 재건축·재개발을 막을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3년 전부터는 공사비까지 급등해 예정됐던 공사까지 미뤄지고 있다. 공급 부족은 집값 상승 우려를 낳고, ‘더 오르기 전에 사자’는 심리를 부추겨 신축 아파트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강북 구축 아파트는 저가 매물 위주로, 강남 3구 신축 아파트는 호가 위주로 거래된다"는 것이 부동산 전문가의 이야기다.


정부가 당장 공급을 충분히 늘리기 힘들다면, 최소한 시장을 자극하지는 말아야 한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1가구 1주택 종합부동산세 폐지 카드를 꺼내면서 ‘똘똘한 한 채’ 수요를 밀어 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종부세 면제 구간이 시세 20억원 후반 아파트까지 올라가면 강남 3구 고가 아파트 수요 쏠림이 심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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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벌적 과세는 개편할 필요가 있지만, 정책은 내용만큼 타이밍이 중요하다. 양극화가 심해지는 시점에 서울 특정 지역 아파트 가격만 올릴 수 있는 부동산 정책의 방향은 재조정돼야 한다. 함바집과 모델하우스 사례처럼,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일들은 집값 격차보다 더 큰 사회적 분열과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




심나영 건설부동산부 차장 sn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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