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수주점유율 9% 그쳐
선박건조할 공간도 없이 가득
선별수주에도 러브콜 쇄도
지난달 국내 조선사들이 수주한 선박은 고작 8척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중국은 선박 74척이나 계약하면서 2등인 한국을 따돌리며 앞서나갔다. 이런 구도라면 업계에 ‘K조선 위기론’이 거세게 불었을 테지만 올해는 다르다. 돈이 되는 선박만 수주하겠다는 선별수주 전략에도 사양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10일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은 22CGT(표준선 환산톤수)를 수주했다. 척수로는 8척에 그쳐 세계 시장 수주점유율은 9%에 그쳤다. 지난 3월 33% 점유율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석달 새 3분의1 토막 난 것이다. 같은 기간 세계 선박 발주량은 243만CGT(100척)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45% 감소했는데 중국이 190만CGT(74척)를 수주하면서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국내 조선사의 선박 수주가 급격하게 줄어든 건 향후 2~3년간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공간인 ‘슬롯’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조선사들이 주력으로 수주하고 있는 LNG선의 경우에 더욱 슬롯 운영에 여유가 없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의 연간 LNG선 생산능력(CAPA)은 15척인데 2027년까지 가득 찼다. 2028년에는 9척, 2029년에도 1척이 인도를 예정하고 있다. 2028년 최소 6척의 슬롯이 여유가 생기는데 통상 선박 수주가 인도 2~3년 전에 이뤄지는 것을 감안하면 빨라야 2026년에야 수주 계약이 가능한 셈이다. HD현대삼호중공업도 2025년 11척, 2026년 10척, 2027년 11척 등 LNG선박 인도가 예정됐다. 2028년에야 최소 9척의 슬롯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중공업이나 한화오션도 마찬가지다. 두 업체 모두 각 20척의 연간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2026년까지 모든 슬롯을 채웠다. 2027년에야 6척, 7척의 슬롯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당장 LNG선의 주문이 늘어나도 수주할 여력이 없다는 얘기다.
조선사들은 수익성 위주의 선별수주에도 올해 목표에 근접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중동, 오세아니아 선사와 초대형 가스 운반선(VLGC) 2척, 석유화학제품 운반선(PC선) 2척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총 122척(해양설비 1기 포함), 129억5000만달러를 수주해 연간 목표 135억달러의 95.9% 달성했다.
한화오션도 상반기 LNG운반선 16척을 비롯해 초대형유조선(VLCC) 7척, 암모니아운반선(VLAC) 2척, VLGC 1척, 해양 1기 등 27척, 약 53억3000만달러를 수주했다. 6개월 만에 지난해 수주금액(35억2000만달러)을 넘어섰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수주목표 97억달러를 세웠는데 상반기에 LNG선 19척과 VLAC 2척, 셔틀탱커(SHTL) 1척 등 22척, 49억달러를 달성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 기준 강화로 노후 선박을 교체하거나 친환경 선박을 찾는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며 "연간 70척 수준의 발주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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