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 반기 통화정책 보고 출석
"정책 제약 완화 늦어지면 경제·고용 약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기준금리를 너무 높게 오랫동안 유지하면 경제 성장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시장은 고용 둔화를 언급하기 시작한 파월 의장의 발언을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으로 해석하며 Fed가 오는 9월 금리 인하에 착수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파월 의장은 9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상원 반기 통화정책 보고에 출석해 "정책적 제약을 너무 늦게 또는 너무 적게 완화하면 경제활동과 고용이 과도하게 약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인플레이션을 낮추고 노동시장을 냉각시키는 데 진전이 있었다"며 "이를 감안할 때 높은 인플레이션이 우리가 직면한 유일한 위험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Fed의 목표인 완전 고용과 물가 안정 사이의 균형을 이루는 데 대한 '양면적 위험'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실업률은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지만, 예상치 못한 노동시장 둔화가 정책 완화의 이유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동안 인플레이션 상승 우려를 강조하는 데 집중해 온 것과는 달라진 분위기다. 인플레이션에 이어 노동시장에서도 둔화 시그널이 감지되면서 Fed가 금리 인하 시점을 저울질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트레이드스테이션의 데이비드 러셀 글로벌 시장 전략 헤드는 "노동시장이 둔화되고 있고 파월 의장이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했다"며 "그는 정책이 제약적이고 인플레이션에 진전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파월 의장은 현재 인플레이션 상황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최근 인플레이션 지표는 완만한 추가 진전을 보여줬다"며 "(앞으로 나올) 더 많은 좋은 데이터가 인플레이션이 2%로 지속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우리의 확신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노동부가 오는 11일 발표하는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3.1% 올라 5월 상승률(3.3%)을 밑돌 것으로 관측된다. 4, 5월 CPI 상승률(각각 3.4%·3.3%)이 모두 전월(3.5%·3.4%) 수치를 하회한 데 이어, 석 달 연속 CPI 둔화세가 이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질문에 파월 의장은 "우리는 더 좋은 인플레이션 데이터를 볼 필요가 있다"며 "향후 조치 시기와 관련해서는 어떤 신호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답해 언급을 피했다.
Fed는 현재 기준금리를 연 5.25~5.5% 수준으로 1년째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22년 3월부터 11회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결과로 23년래 최고 수준이다.
파월 의장의 이날 발언에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를 꺾을 만한 내용이 담기지 않으면서 9월 인하 전망에는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에버코어 ISI의 크리슈나 구하 부회장은 "우리는 위험 균형에 대한 그의 발언을 특히 비둘기파적으로 읽었다"며 "목요일(11일) 발표되는 인플레이션 보고서 등 향후 들어올 데이터가 Fed의 진전된 평가를 뒷받침한다면 9월 금리 인하의 기반이 계속 구축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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