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밀라노 말펜사 국제공항이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국제공항'으로 개명한다. 베를루스코니는 이탈리아에서 세 차례 총리를 지내고 지난해 6월 별세한 인물이다.
8일(현지시간) 안사(ANSA) 통신 등에 따르면, 최근 이탈리아 항공청(ENAC)은 밀라노를 주도로 둔 롬바르디아주의 이 같은 개명 제안을 승인했다.
이탈리아 북부 관문인 말펜사 국제공항은 베를루스코니의 고향인 밀라노에서 북서쪽으로 약 49㎞ 거리다.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인프라 교통부 장관은 항공청의 결정을 지지했다.
지난 6일 살비니 부총리는 엑스(X·옛 트위터)에 "위대한 사업가이자 위대한 밀라노 시민이자 위대한 이탈리아인인 내 친구 실비오를 기리기 위해"라는 글과 베를루스코니와 말펜사 국제공항의 사진을 올렸다.
하지만 레오나르도 다빈치(로마), 카라바조(베르가모), 마르코 폴로(베네치아), 아메리고 베스푸치(피렌체), 갈릴레오 갈릴레이(피사) 등 역사적 인물의 이름이 붙여진 다른 공항들과 비교할 때,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그만한 업적과 자격을 갖췄는지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제1야당인 민주당(PD)의 피에르프란체스코 마요리노 전 유럽의회 의원은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분열적인 인물이었고 많은 롬바르디아 주민과 많은 이탈리아 국민이 그를 분명하게 규정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베를루스코니가 만든 전진이탈리아(FI)의 상원의원인 마우리치오 가스파리는 "베를루스코니는 진정한 거인이다. 그 위대함은 역사에 기록돼 있다"고 말했다.
1936년 밀라노에서 태어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이탈리아 최고 갑부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해 1994∼2011년 세 차례(2005년 이뤄진 개각을 포함하면 네 차례)에 걸쳐 9년2개월간 총리를 지냈다. 하지만 집권 기간 온갖 성 추문과 비리, 마피아 연루설 등 각종 의혹이 끊이지 않아 '스캔들 제조기'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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