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지원 '안전장치' 합의 추진
'바이든 사퇴론'에 관심 분산 우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32개국이 9∼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연례 정상회의를 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과 유럽 주요국에 몰아친 '극우 돌풍'으로 불확실성이 고조된 가운데 열리는 이번 회의는 나토 동맹들의 결속을 점검하는 장이 될 전망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정상회의를 앞두고 지난 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사전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정상회의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라고 강조했다. 나토는 안팎의 정치적 사정 변경과 무관하게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하기 위한 소위 '안전장치'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우선 회원국들이 연간 400억 유로(약 60조원) 수준의 군사지원를 유지하겠다는 '서약'에 합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400억 유로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나토 회원국들의 연간 군사지원 전체 규모다. 나토는 이 규모를 '최소 기준선'으로 정하고 회원국별 국내총생산(GDP)에 따라 군사지원을 '공평하게' 분담해야 하자고 제안했다. 올해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뒤 내년 연례 정상회의에서 전체적 지원 금액을 재검토할 계획이다.
그러나 러시아에 우호적인 헝가리는 이 계획에서 빠지겠다고 일찌감치 선언했고, 헝가리를 제외한 31개국 간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구속력은 없어 실효성은 불투명하다. 개별 국가 차원에서 이미 발표하거나 계획 중인 내년도 군사지원 지출액이 반영된다는 점에서 '새로운 돈'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장관급에서 이미 합의된 나토 주도 우크라이나 안보지원과 훈련 조정 임무도 공식 승인될 전망이다. 이 임무에 따라 나토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각국의 기부 계획을 조율하고 각국에서 기증한 무기나 군사장비의 배송도 담당한다. 나토 회원국 내 군시설에서 이뤄지는 우크라이나군 훈련도 감독할 예정이다. '트럼프 복귀'에 대비해 미국 주도 비공식 협의체인 '우크라이나 국방 연락 그룹'(UDCG)의 실무작업 일부를 나토가 넘겨받는 것이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아울러 단기적 우크라이나 지원 확대를 위한 회원국들의 방공체계·탄약 추가 지원을 비롯해 양자 간 안보협정 체결도 추가로 발표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AP 통신은 트럼프 복귀 가능성과 독일·프랑스의 극우 돌풍 등을 언급하면서 "나토는 주요 회원국 다수가 (국내) 선거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단결과 결의를 새롭게 보여주고 싶어 한다"고 해설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TV 토론을 계기로 재점화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에 대한 '후보 사퇴론'으로 정상회의에 대한 관심이 분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도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사전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 상태에 관한 반복된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대신 "우크라이나 지원에 관한 바이든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을 환영한다"며 "동맹국 내 정치적 논쟁에 대해 내가 언급하기 시작하는 것 자체가 동맹을 약화할 수 있다"고 원론적으로 말했다.
올해 정상회의에는 3년 연속 아시아·태평양 파트너 4개국(AP4, 한국·일본·뉴질랜드·호주)도 초청받았다. 다만, 호주에서는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 대신 리처드 말스 부총리 겸 국방장관이 참석한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윤석열 한국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은 우리의 깊어지고 강화된 파트너십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한국 등 아·태 파트너국들과 우크라이나와 사이버, 신기술 분야에서 실질 협력 구축, 방위산업 생산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북러 군사협력과 나토가 경계하는 '중국의 부상'에 맞서 아·태 4개국과 나토 간 연대를 강화한다는 내용의 정치적 메시지도 발신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나토 정상회의에서 중국 문제가 논의될 예정이라고 6일 보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정상들은 공동선언문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지원을 비판하는 내용도 포함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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