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착하고 성실했던 자녀 셋 둔 가장"…황망함에 울먹인 유족들

영등포병원 장례식장 빈소 찾아 오열

"착하고 성실한 조카였어요. 그냥 다 잘했어요."

2일 오전 11시께,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병원 장례식장으로 들어가던 유가족은 울음 섞인 목소리로 간신히 말을 이어갔다. 오전 3시, 조카의 사고 소식을 듣고 강원도 춘천에서 황급히 올라왔다는 부부는 은행에서 일하던 조카를 평소 한없이 착하고 성실했다고 설명했다. 고등학생과 중학생 자녀 셋을 둔 한 가정의 가장이자, 든든한 남편이기도 했다. 부부는 "조카와 몇 년 같이 살기도 했다. 같이 키웠다고 봐도 된다"며 "훼손이 심해 시신은 확인조차 못 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2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영등포병원 장례식장이 취재진으로 붐비고 있다.[사진=이서희 기자]

이날 오전 유가족들은 황망함을 감추지 못한 모습으로 장례식장을 찾았다.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27분 A씨(68)가 운전하던 제네시스 차량이 시청역 세종대로18길(4차선 도로)을 역주행해 시민들을 덮쳤다. 이 사고로 9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중상 1명·경상 5명)을 입었다. 사망자 중엔 은행 직원과 시청 직원, 병원 직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로 직원 4명이 한꺼번에 유명을 달리한 은행의 동료들은 이른 아침부터 착잡한 표정으로 빈소를 찾았다. 고인의 직장 동료라고 밝힌 B씨는 "어제가 마침 인사 발령 날이었다. 이렇게 피해가 클 줄 몰랐다"며 "검안 검시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심경이 착잡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고인의 친동생, 사촌, 직장 동료들은 굳은 표정으로 장례식장을 찾았다. 고인의 친동생이라고 밝힌 C씨는 "(고인이) 인근 회사의 관리직으로 일하고 있었다"며 급히 자리를 떠났다.

현재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블랙박스, CCTV 분석 등을 통해 사고 정황을 조사 중이다. 사고를 낸 A씨 측은 차량 급발진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남성은 갈비뼈 골절 진단을 받고 서울 시내 한 병원에 입원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