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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발진 소송]②급발진 사고 입증책임 전환…공은 22대 국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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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제조물책임법 입증책임 소비자에 부과
증거자료로 쓰이는 ‘국과수 감정’도 급발진 인정 '0건'
'제조사 입증책임 전환' 도현이법도 21대 국회서 폐기

편집자주지난 1일 15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시청역 인근 차량 돌진 사고와 관련해 급발진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60대 가해 차량 운전자가 사고 원인으로 급발진을 주장하면서다. 유사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급발진 여부는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일부는 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급발진 소송의 실태와 문제점, 해결방안을 2회에 걸쳐 조명한다.

급발진 소송에서 소비자가 승소하기 어려운 이유는 현행 제조물책임법이 제조물 결함 입증의 1차 책임을 소비자에게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물책임법은 피해자가 일차적으로 ▲제조물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피해자의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 ▲이 사고의 손해가 제조업자의 실질적인 지배영역에 속한 원인으로부터 초래됐다는 점 ▲손해가 제조물의 결함 없이는 통상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해야 제조물에 결함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해 제조사에 입증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급발진 소송]②급발진 사고 입증책임 전환…공은 22대 국회로 강원 강릉에서 2022년 12월 이도현(사망 당시 12세)군이 숨진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해 차량의 결함에 의한 급발진 여부를 밝힐 '재연 시험'이 지난 4월 19일 오후 강릉시 회산로에서 진행됐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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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자동차라는 고도의 기술력이 집적된 제조물 특성상 전문지식이 없고, 제조사가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상황에서 소비자가 이를 증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법원은 재판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급발진 감정 결과를 소송의 주요 증거자료로 채택하고 있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과수에서 차량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을 인정한 사례가 아직 단 한 건도 없는 만큼 피해자들이 사고 원인을 직접 증명해야 되기 때문이다.


실제 국과수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감정을 진행한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 건수는 2019년 58건을 시작으로 2020년 57건, 2021년 56건, 2022년 76건에 이어 지난해 117건으로 총 364건으로 집계됐지만 차량 결함으로 판정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2012년부터 자동차관리법 일부 개정법에 근거해 차량 제조사의 사고기록장치(EDR) 기록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다. 국과수는 EDR을 분석해 자동차 속도, 엔진 회전수, 가속페달 변위량, 제동 페달 작동 여부, 자동차 안정성 제어장치 작동 여부 등을 확인한다. 하지만 급발진 감정 결과 대부분이 ‘운전자의 차량 미숙’ 등으로 결론이 나고 있다. EDR이 완성차 업체의 ‘면죄부’로 쓰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급발진 소송]②급발진 사고 입증책임 전환…공은 22대 국회로

김필수 자동차급발진연구회 회장(대림대 교수)은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의 경우 현재까지 국과수 감정을 통해 차량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이 인정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다”며 “국과수는 EDR 기록을 볼 때 ‘장치의 이상 유무’만 판단할 뿐 그 원인은 검사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EDR은 운전자를 위한 장치가 아닌 자동차 업체의 ‘면죄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에는 2022년 12월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로 숨진 이도현군(사망 당시 12살) 유족 측이 국내 급발진 소송에서는 처음으로 재연시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차량에는 결함이 없고,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이라는 국과수 분석의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해서다. 도현군 가족과 유족 측 법률대리인 하종선 변호사(법무법인 나루)에 따르면 재연시험 결과 ▲제조사 측 주장과 달리 ‘변속 패턴’이 다른 점 ▲차량에는 결함이 없다는 국과수의 분석과 비교했을 때 ‘주행데이터’가 현저히 다른 점 ▲‘풀 액셀’을 밟았다는 사고기록장치(EDR) 기록대로 이행한 결과 ‘속도 변화’가 훨씬 컸던 점 등을 이유로 ‘할머니는 페달 오조작을 하지 않았음이 입증됐으며, 페달 오조작이 아니므로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 ’이라고 주장했다.


[급발진 소송]②급발진 사고 입증책임 전환…공은 22대 국회로 2022년 12월 이도현(사망 당시 12세)군이 숨진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한 민사소송이 진행된 지난달 18일 도현 군의 아버지 이상훈씨가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앞에서 도현이법'(제조물책임법 개정안) 제정을 위한 국민동의 청원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로 아들을 잃은 아버지 이상훈씨가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올린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결함 원인 입증책임 전환’ 글에 5만명이 동의하면서 제조물책임법 개정안, 이른바 ‘도현이법’ 제정 논의를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 사고 이후 발의된 제조물책임법 개정안만 5개였다. 하지만 주무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산업계 영향을 우려해 신중한 자세를 취하면서 계류를 거듭했다. 결국 도현이법은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한 채 21대 국회의 임기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이씨는 지난달 14일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재차 청원에 나섰는데 청원에 5만명 이상이 동의해 청원 성립요건을 달성한 상태다.


앞서 공정위는 입증책임 전환 입법례가 드물고 산업계 전반에 미치는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로 임증책임을 제조사로 전환하는 것에 반대해왔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도 입증책임과 관련해 피해가 있다는 주장만으로 제조사에 입증하라는 입법례가 없고, 입증책임을 전환할 경우 차량 제조사뿐 아니라 부품을 제조하는 영세 제조업체까지 산업계 전반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만큼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정위 관계자는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에서 피해자인 소비자가 차량 결함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면서 “결함 추정 요건을 완화한다든지 아니면 피해자와 제조사 간의 정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에서 자료제출명령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료제출명령제도는 소송에서 법원이 자료 제출을 명령하면 제조사가 응해야 한다는 것으로 미국식 디스커버리 제도(증거개시 제도)와 유사한 효과를 낼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입증책임이 전환되지 않을 경우 피해자의 입증책임 부담은 여전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하종선 변호사는 “일부 결함 추정 요건이 완화되더라도 차량 결함 입증책임이 여전히 피해자에게 있다면 달라지는 것은 크게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대안으로 검토되는 자료제출명령제도에 대해서도 “실제 자동차 제조사로부터 자료 제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소비자로 하여금 수십억 원의 비용이 드는 차량 소프트웨어 결함 분석을 하라는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22대 국회가 자동차 급발진 사고에서만이라도 도현이법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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