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한달간 3700억 매출
게임성과 마케팅, 원작 향수 자극 주효
넥슨의 모바일 게임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며 전 세계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 1위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지난달 중국 출시 이후 한 달 새 벌어들인 매출이 최근 2년간 한국에서 발생한 매출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넥슨의 중국 친화 마케팅 전략과 중국 게이머들의 향수를 자극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27일 애플리케이션(앱) 마켓 시장조사 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던파 모바일은 지난달 21일 출시 이후 이달 20일까지 한 달 동안 중국 시장에서 약 2억7000만달러(약 37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한국에서 2년 3개월 동안 올린 누적 매출을 넘어서는 수치다.
던파 모바일의 중국 매출은 그동안 중국 시장에 출시한 한국 게임뿐만 아니라 현지 중국 인기 게임과 비교했을 때도 가장 높다. 센서타워는 2년간 중국 iOS 시장 매출 상위 10개 모바일 게임이 중국에서 출시 첫 달 올린 매출과 비교하면 던파 모바일의 중국 출시 첫 달 매출이 가장 높았다고 분석했다.
게임 시장조사업체 니코파트너스는 던파 모바일이 중국 출시 첫 주에만 매출 1억4000만달러(약 1946억원)를 거둔 것으로 추정했다. 모바일 시장 조사 기관 앱매직도 던파 모바일이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16일까지 5주 연속으로 세계 게임 앱 매출 1위를 기록했으며, 전체 앱 순위에서도 틱톡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던파 모바일이 중국 시장에 자리잡기까지는 부침도 있었다. 넥슨은 지난 2020년 던파 모바일을 중국에 먼저 출시하기로 하고 사전예약까지 진행했지만 출시 예정일 하루 전 갑자기 서비스를 취소한 바 있다. 이는 중국의 엄격한 게임 규제로 인한 것이다. 당시 넥슨은 "던파 모바일 중국 서비스에 앞서 게임 내 과몰입 방지 시스템에 대한 업그레이드가 필요해 부득이하게 서비스 일정이 연기됐다"고 설명했다. 과몰입 방지 시스템이란 미성년자 게임 플레이 시간을 금, 토, 일과 휴일에만 하루에 1시간씩 허용하고, 평일에는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넥슨은 서비스 일정을 연기하다가 중국 출시를 접고, 4년이 지나서야 다시 판호를 받아 중국에 서비스할 수 있었다.
던파 모바일의 이번 성과는 해외 진출에서 지식재산권(IP) 파워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센서타워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시장에서 던파 모바일 플레이어들이 리뷰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향수’였다. 던파는 2007년 11월부터 PC버전으로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다. 원작의 재미 요소들을 모바일에 잘 구현해 현지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면서 다시 초기 유저를 유입하는 데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던파 모바일은 국내에서도 2D 도트 그래픽, 횡스크롤 액션, 수동 액션 등 원작의 감성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중국 친화적인 마케팅도 주효했다. 넥슨 관계자는 "중국 유명 여배우 ‘디리러바’를 공식 모델로 기용하고, ‘이소룡’ 컬래버레이션 콘텐츠를 추가하는 등 마케팅에 공을 많이 들였다"며 "익숙한 게임에 익숙한 모델, 익숙한 콘텐츠가 중국 유저들의 신작 거부감을 없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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