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령 사이판서 국가기밀 유출 혐의 최종공판
美법무부와 유죄 인정 대가로 석방 '빅딜'
"본국 호주로 돌아갈 듯"
정부 기밀 폭로 혐의로 기소된 위키리크스 창립자 줄리언 어산지가 14년간의 망명 및 수감 생활을 마무리하게 됐다. 유죄를 인정하는 대신 영국에서의 복역 기간을 인정받아 곧바로 석방하기로 미 법무부와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26일(현지시간) AP통신, 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어산지는 이날 미국령 북마리아나제도 사이판 법원에 출두해 간첩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법원은 어산지에게 징역 62개월 형을 선고할 예정이다. 다만 어산지가 영국 벨마시 교도소에서 2019년 4월부터 5년간 복역했던 기간을 인정해 곧바로 석방할 방침이다.
이러한 조치는 어산지가 미 법무부와 형량을 협의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북마리아나제도 지방 법원에 제출된 서류에 따르면 어산지는 국방 정보 수집 및 유포를 모의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는 대신 일정 기간 후 자유인으로 풀어주기로 미 법무부와 합의했다. 미국 검찰은 담당 판사의 승인이 떨어지면 어산지가 호주에 있는 그의 집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어산지는 2010년 미국 육군 정보분석원인 첼시 매닝을 꼬드겨 외교 전문 및 국방 정보가 담긴 기밀 문건을 빼돌린 뒤 위키리크스에 폭로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그의 폭로는 언론의 자유 및 알권리 보장을 외치는 활동가들의 범지구적인 지지를 받았으나, 미국 검찰은 이를 언론의 취재 윤리를 위배하는 국가안보 위협으로 간주했다.
이후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7년여간 망명 생활 끝에 2019년 영국 당국에 의해 체포된 어산지는 5년간 현지에서 복역 생활을 하며 미국 송환을 둘러싼 법정 공방을 이어왔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18개 혐의로 기소를 당한 터라 미국으로 송환되면 종신형을 피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번 최종 공판이 사이판에서 열린 것도 미국 본토에서 최대한 멀어지려는 어산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외신들은 짚었다.
AP통신은 "결론적으로 양측(어산지와 미 법무부) 모두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는 결과"라며 미 법무부는 지지부진한 인도 절차 및 법정 공방을 해소하는 동시에 유출된 정부 기밀 파기를 약속받았고, 어산지는 미국 본토로 끌려가지 않아도 됐다고 설명했다.
어산지가 자유의 몸이 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자 부인 스텔라 어산지는 "줄리언은 자유"라며 "기쁘고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의 리즈 스로셀 대변인은 AFP 통신에 "우리는 줄리언 어산지가 풀려난 것을 환영한다"며 "거듭 언급했듯이 이 사건은 일련의 인권 우려를 자아냈던 사건으로 향후 수일간 상황의 진전을 지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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