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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첨자 70%는 파산한대요"…로또의 저주 믿습니까? [궁금증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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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만분의 1 확률? 마음은 "반반"
저주의 출처는 대부분 패가망신 뉴스
파산한다 불행하다는 연구도 허점 많다
최근 연구들 "삶의 만족도 증가"
돈=행복 비례않지만 돈=편리함은 비례

"당첨자 70%는 파산한대요"…로또의 저주 믿습니까? [궁금증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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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은 대략 800만분의 1로 본다. 서울 인구가 900만명이니 서울 하늘에서 돌을 던져 맞을 확률이다. 2㎏짜리 쌀에 700만개 정도의 쌀알이 들어있으니 쌀을 다 풀어 놓고 그중 하나를 고르는 것이다. 그만큼 당첨 확률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로또를 사는 사람에게 마음속 당첨 확률은 50%다. 1등이 되냐 아니냐 이 차이밖에 없다. 누구나 로또를 사면서 1등에 됐을 경우를 그려본다. 토요일 저녁(로또 추첨일)까지 행복한 상상이다. 여러 상상 가운데 하나는 "나도 혹시 로또의 저주를 겪을까"이다. 로또의 저주는 당첨금을 흥청망청 쓰면서 탕진한다는 것, 거액의 당첨금 때문에 가족, 친척, 친구 등과 원수가 된다는 것, 결국 몸도 마음도 다 망가진다는 패가망신한다는 것 등이다.


로또의 저주, 로또에 당첨되면 패가망신한다는 설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왜 그럴까. 출처는 세 가지다. 첫째는 당첨자와 그 가족, 주변과 관련된 부정적인 뉴스다. 거액에 당첨돼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거나 투자를 잘해 부를 더 키웠다는 것은 주목되지도 않고 당사자들이 나서지 않아 뉴스에 등장하지 않는다. 반면 남의 불행은 뉴스 가치가 높다. 2016년 70대 노모가 40억원의 로또에 당첨된 아들이 자신을 부양하지 않는다며 1인 시위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돈에 눈이 먼 패륜아’인 줄 알았다. 하지만 어머니와 살 집을 사둔 상태였고 여동생들이 당첨금을 나눠달라며 갖은 협박과 무단침입까지 해 막장드라마를 보여줬다. 2003년 로또 1등에 당첨돼 역대 두 번째 242억원(실수령액 189억원) 에 당첨된 남성은 주식, 부동산, 투자 등에 손을 댔다가 5년 만에 모두 잃었다. 빚까지 지고 사기를 치다 뉴스에 나왔다. 사업 실패로 목숨을 끊은 경우도 있다. 로또에 당첨된 친구의 로또를 들고 도망갔던 친구, 남편이 돈 주고 산 복권인데 신분증이 없는 남편 대신 당첨금을 수령한 아내가 돌변했다는 얘기도 있다.

"당첨자 70%는 파산한대요"…로또의 저주 믿습니까? [궁금증연구소]

두 번째는 통계와 연구다. 국내외에서 단골로 인용돼온 것 가운데 "복권당첨자의 70%가 당첨 후 수년 이내 파산했다"와 "복권당첨자가 사고를 당한 사람보다 덜 행복하다"는 것이다. 하나는 거짓이고 다른 하는 허점투성이다. 미국서 인용돼온 ‘70% 파산 통계’는 2001년 미국 금융교육기금(NEFE)이 주최한 한 심포지엄서 나온 말인데 누가 말했는지 출처도 신뢰도도 없는 미신이다. 1978년 복권당첨자와 사고 피해자를 비교한 연구도 각각 22명, 29명만 조사해 표본 자체가 작고 허점이 많다.


믿을 만한 연구 결과는 어떨까. 결론은 복권에 당첨되면 행복하다는 것이다. 2019년 워릭대학교와 취리히대학교 연구진이 진행한 연구에서는 '상당한 금액(수천 유로에서 수백만 유로)'에 당첨된 617가구를 분석했는데 복권 당첨이 당첨자의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를 향상시킨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첨금이 더 많을수록 긍정적인 효과가 컸다. 스톡홀름대학교와 스톡홀름경제대학교, 뉴욕대학교는 2020년 스웨덴 복권 당첨자 3000명을 대상으로 복권 당첨 후 5~22년 사이의 심리적 웰빙에 대해 조사했다. 앞서 연구와 마찬가지로 연구진은 "복권 당첨자는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가 지속해서 증가하는 것을 경험했다"고 결론지었다. 이러한 효과가 10년 이상 지속되었으며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는 증거가 없음을 발견했다.

"당첨자 70%는 파산한대요"…로또의 저주 믿습니까? [궁금증연구소] '나를 위한 작은 사치' 시민들이 로또 구매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구진은 또 당첨자가 사치로 부를 날려버렸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대신에 수년에 걸쳐 상금을 천천히 소비하는 경향이 있었다. 대부분은 직장을 그만두지 않았지만 일을 덜 하는 경향이 있었다. 복권 당첨 후 여가 시간이 더 많아지고 질도 높아졌으며, 이러한 여가 시간의 향상은 행복감 향상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복권에 당첨되는 것은 대개 매우 좋은 일이다. 횡재로 인해 인생이 망가진 복권 당첨자의 이야기는 대부분의 당첨자 경험을 대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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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는 무수한 학자들이 말하는 "돈과 행복은 비례하지 않는다"거나 "행복은 물질적 풍요에서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맞는 얘기다. 돈이 많아도 불행할 수 있고 돈이 적어도 행복할 수 있다. 오직 돈만 좇는 인생도 문제다. 문제는 편리함의 차이다. 돈이 없으면 불편한 게 많고 고려할 것이 많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로또는 1등에 당첨돼도 평균 20억원 정도의 당청금을 기준으로 하면 강남에 아파트 한 채를 사면 끝이다. 인생을 바꿀 만한, 아귀다툼을 벌이고 패가망신할 정도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하도 많은 사람이 로또를 사니 당첨금이 이월되지도 않는다. 정부 말처럼 로또를 사서 얻는 행복한 상상은 면역력이 높아진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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