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5세 미만 아동 10명 중 6명꼴
3억3000명은 체벌 겪어
전 세계 만 5세 미만의 아동 10명 중 6명에 해당하는 4억명의 어린이가 가정에서 신체적·정서적으로 폭력적인 훈육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은 11일(현지시간) 제1회 '국제 놀이의 날'(International Day of Play)을 맞아 공개한 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2010~2023년 전 세계 100개국의 자료를 분석한 것으로, 신체적 처벌을 의미하는 '처벌'과 '정서적 학대'를 모두 다뤘다.
조사 결과 가정에서 폭력적인 훈육을 경험하고 있는 아동 4억명 가운데 3억3000명은 체벌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점점 더 많은 국가에서 가정 내 아동 체벌을 금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5세 미만 어린이 중 5억명은 체벌로부터 적절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폭력적 양육방식을 뒷받침하는 유해한 사회 규범이 전 세계적으로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사 대상 100개국 중 66개국만이 최근 15년 이내에 가정 내 아동에 대한 체벌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했다.
캐서린 러셀 유니세프 총재는 "어린이들이 가정에서 신체적·언어적 학대를 당하거나 가족들로부터 사회적, 정서적 보살핌을 받지 못하면 자존감과 발달이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번 조사에서 어머니를 비롯한 주 양육자 4명 중 1명 이상은 자녀를 올바르게 교육하기 위해 체벌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어린이들의 놀이 환경에 대한 조사 결과도 나왔다. 2010~2023년 85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2~4세 어린이 5명 중 1명은 가정에서 보호자와 함께 놀지 못했다. 5세 미만 어린이 8명 중 1명은 갖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이 아예 없었다.
또한 2~4세 어린이 40%는 가정에서 충분한 자극을 받지 못하거나 의미 있는 상호작용을 할 수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10명 중 1명꼴인 10%는 독서, 이야기하기, 노래 부르기, 그림 그리기와 같은 인지·사회·정서적 발달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활동을 하지 못했다.
유니세프는 모든 어린이가 안전하고 사랑받는 느낌을 받으며 자랄 수 있도록 각국이 ▲가정 내 아동에 대한 모든 형태의 폭력을 금지하는 법적 정책적 프레임워크 강화 ▲ 가정폭력 등을 예방하는 양육 프로그램 확대 및 지원 ▲학습 및 놀이공간 접근성 확대 등에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러셀 총재는 "놀이를 통한 육아와 양육은 어린이들에게 기쁨을 줄 뿐만 아니라 아동들이 안전하다고 느끼고, 배우고, 기술을 축적하고, 주변 세상을 탐색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앞서 전 세계적으로 한 해 3억명 이상의 어린이가 온라인상 성적 학대 피해를 당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지난달 영국 에든버러 대학교의 차일드 라이트 세계 어린이 안전 연구소는 지난 1년 동안 3억명 이상의 어린이가 온라인 성착취와 학대 피해를 경험했고, 세계 어린이의 8명 중 1명은 동의 없는 촬영과 공유, 유포의 피해자가 됐다고 밝혔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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