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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보·스카라·단성사 알아?"…역사속으로 사라진 극장들[을지로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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⑫명보극장, 스카라극장, 대한극장 등
영화사, 배우들 많았던 거리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

"명보·스카라·단성사 알아?"…역사속으로 사라진 극장들[을지로터리]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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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을지로의 다른 이름은 '힙지로'. 오래된 건물과 골목 곳곳 재건축이 뒤섞여 혼란한 모습이지만 과거와 현재가 겹쳐 있다는 점에서 묘한 매력을 준다. 한때는 산업이 쇠퇴하며 위기를 맞았으나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면서 을지로의 생명력이 되살아났다. 특유의 감성으로 입지를 굳힌 을지로, 그리고 이곳의 명맥을 잇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만나 도시의 미래를 조망해본다.

'인쇄골목'으로 유명한 을지로는 충무로와 맞닿아 있어 영화산업과 밀접한 곳이었다. 을지로 일대는 명보아트센터(舊 명보극장) 뿐 아니라 단성사, 스카라극장 등 극장이 밀집해 있는 영화 중심지였다. 영화사들이 즐비하고 영화 제작사 관계자, 영화 배우들을 거리에서 자주 볼 수 있었다. 인쇄소와 음식점 내부에 걸린 영화 포스터들은 한 때 을지로가 영화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음을 알려주는 기록으로 남아 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극장들

66년의 역사를 품은 대한극장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최근 대한극장을 운영하는 세기상사는 지난 4월 30일 전자 공시를 통해 극장사업부(대한극장) 영업을 오는 9월 30일 종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기상사는 '영화 상영 사업의 패러다임 변화로 인한 지속적인 적자 해소'와 '회사 소유 자산의 효율화 및 사업 구조 개선'을 영업 종료 이유로 들었다. 1958년 단관극장으로 문을 연 대한극장은 '벤허' '사운드오브뮤직' '빽 투더 퓨쳐' 등을 개봉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충무로의 상징'이 됐다.


1957년 문을 연 명보극장은 한국인이 설계한 최초의 영화관이다. 1980년대까지 옛 모습을 유지하던 명보극장은 1990년대 단일상영관의 쇠퇴와 멀티플렉스의 유행으로 1993년 결국 철거됐다. 옛 명보극장이 철거된 자리에 명보프라자가 세워졌고, 이곳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복합상영관을 선보였다. 2001년 리모델링해 다시 명보극장이라는 이름으로 옛날의 명성을 이으려 했지만, 대기업 멀티플렉스 영향으로 2008년 폐관했다. 2009년 현재의 뮤지컬 연극 전용 극장인 명보아트홀이 됐다.


스카라극장은 1935년에 문을 열어 2005년 폐관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스카라극장에서는 '운명의 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등이 개봉됐었다.

영화 관계자들이 추억하는 을지로

이준익 감독은 80, 90년대 충무로 일대에서 영화 관련 일을 하며 인근 극장에서 많은 작품을 즐겼다고 한다. 감독은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그때는 인터넷이나 유튜브가 없던 시절이라 문화 수단으로 영화가 유일했다. 현실에서 느끼지 못하는 외부 세계를 만끽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였던 것"이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극장이 커서 한 영화를 천 명씩 앉아서 봤다. 같이 울고 웃으며 감정을 나눴던 기억"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한극장에서 '백투더퓨처'가 개봉했을 때를 떠올리면서 "인파가 6차선 도로까지 점령해 교통 마비가 올 정도의 진풍경을 자아냈다"고 했다. 스카라 극장에 대해서는 "너무 많은 영화를 봐서 기억이 안 날 정도"라면서 "해외 명작을 많이 상영했던 기억"이라고 떠올렸다.


뮤지컬 배우 매니지먼트 PL엔터테인먼트의 수장인 송혜선 대표는 1980년부터 육림영화사, 태흥영화사 등 유수의 영화사에 몸을 담궜다. 송 대표는 "1980~2000년 대에는 충무로 인근부터 을지로 일대에 영화사가 진짜 많았다"면서 "충무로 스타다방은 영화배우들과 영화 관계자들의 미팅 장소였다"고 떠올렸다.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화 되기 전, 필름 영화가 상영되는 시절엔 극장 앞에 오토바이가 즐비했다고도 했다. 영화가 시작하는 10시 전에 필름을 배송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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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대표는 단성사, 국도극장, 스카라극장, 대한극장 등 을지로와 충무로 일대의 영화관을 떠올리며 "중고등학생 때 정말 자주 왔다. 학교에서 단체관람도 많이 했다"면서 "지금은 휴대폰으로 예매하지만, 옛날에는 표를 일일이 사야 했다. 매진되면 매표소가 문 닫고 '매진'이라고 크게 써서 붙인다. 내 눈앞에서 매진되면 세상이 무너지는 것처럼 속상했다"고 말했다.




김진선 기자 caro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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