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프랑스보다 상대적으로 물가 저렴
고물가로 시름 앓는 프랑스인들이 400㎞를 달려 가까운 이웃 나라 스페인에서 장을 보는 경우까지 생겨났다.
3일(현지시간) BFM TV 등 현지 매체는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에 있는 관광버스 회사 아쥐르 에바지옹이 2년 전부터 매주 한 차례 '장보기 고객'을 싣고 스페인을 오가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보다 상대적으로 물가가 저렴한 스페인에서 장을 보려는 이들이 늘면서 버스 수용 인원도 배로 늘렸다. 한 사람당 왕복 요금은 39유로(약 5만8000원)로, 개인이 차를 직접 운전할 때 드는 통행료와 기름값까지 고려했을 때 파격적으로 낮은 가격이다.
세 아이의 엄마 프리실리아는 "인플레이션 때문에 담배와 식료품, 특히 고기를 사러 더 자주 오게 된다"며 "샌드위치 빵을 예로 들자면 여기(스페인)에서는 500g에 1.59유로(약 2300원)인데, 마르세유에서는 200g에 2.20유로(약 3200원)"라고 말했다. 프리실리아는 "고기 6㎏은 34유로(약 5만원)에 샀다"며 "프랑스에서 구매할 때보다 40%가량 싸다"고 덧붙였다.
장을 보기 위해 프랑스에서 버스를 타고 스페인에 도착한 승객 말리크는 "프랑스에서 시장 가방 두 개를 채우는 돈이면 스페인에서는 5개를 채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일이나 비누, 다른 모든 생필품을 담았다"며 "프랑스에서는 너무 비싸서 사지 않는 제품들"이라고 했다.
원정 장보기에 나서는 이들은 스페인 생필품 물가가 프랑스보다 평균 20∼30% 저렴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전 세계 생활비 비교 사이트인 엑스파티스탄을 보면 스페인의 생활 물가는 프랑스보다 평균 25% 저렴하다. 이 때문에 간혹 과소비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또 다른 버스 승객 앙젤은 "나는 예산을 딱 정해서 온다"며 "그렇지 않으면 강박적으로 물건을 사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크리스마스에는 프랑스 북부 지역 주민들이 이웃 나라 벨기에를 찾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프랑스 공영방송인 '프랑스 앵포'는 "프랑스인들이 훨씬 저렴한 가격에 크리스마스트리를 사기 위해 벨기에 국경을 넘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지역에서 벨기에로 '트리 원정 구매'를 온 한 프랑스인 부부는 "프랑스에서 평균 150~200유로(약 21만~28만 원) 하는 트리가 벨기에에서는 14유로(약 1만 9000원) 정도 한다"고 말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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