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K우먼톡]여가부, 신설 예정 부총리급 저출생부와 발전적 통합해야

시계아이콘01분 39초 소요
뉴스듣기 글자크기

낡은 젠더 구조가 저출산 주요 원인
성평등 정책 총괄·조정 역할 중요
돌봄사회 정책과 유기적으로 결합을

[K우먼톡]여가부, 신설 예정 부총리급 저출생부와 발전적 통합해야 차인순 배재대학교 초빙교수
AD

제22대 총선을 거치면서 정부 조직 개편에 대한 논의가 관심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공약으로 인구위기대응부를 제시했고 국민의힘은 인구부를, 조국혁신당은 돌봄청을 제안했다. 최근 대통령은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가칭)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을 얘기하고 연이어 대통령실에 저출생 수석실 설치까지 언급했다. 야당도 협력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하지만 모두 현 정부 폐지 공약에 엉거주춤 2년을 보낸 여성가족부를 어찌할지 아무런 말이 없다.


우리는 지금 세계사에 유례없는 저출산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수많은 논자가 이 문제를 제대로 보려면 출산과 양육 지원 너머 사회문제 전반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해 왔다. 젠더 문제는 원인 중의 원인이다. 사회는 급변하는데도 낡은 젠더 구조를 제때 바꾸지 못한 것이 저출산의 주요 이유인데 정치권과 정부는 바로 보고 있지 않다. 너무나 여러 번 지적된 사실이지만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심각하고 2022년 여성 고용률이 남성 대비 17%가량 낮으며 그래서 연금도 상대적으로 적다. 맞벌이 여성의 가족 돌봄이 남성의 3.5배에 달하고 6세 이하 자녀가 있는 경우 여성의 경력단절률은 37.1%에 이른다.


이미 이러한 현실을 알고 있는 청년 여성들은 비혼, 비출산을 선택하거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그런데도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메시지는 들리지 않는다. 저출생부 신설을 이야기하면서 일·가정 양립에 지금이라도 정책적 무게를 싣는 것은 다행이나 그 또한 성평등한 방향의 보편적 제도 이용이 될 수 없다면, 남성과 동등하게 경제활동의 주체로 서기 원하고 커리어를 추구하는 청년 여성들의 마음을 돌리기 어렵다. 게다가 성평등 관점 없는 저출산 대책은 모성을 도구화하기 때문에 효과를 기대할 수도 없다.


그런데도 국민권익위원회가 출산 선택 요인으로 1억원 양육비 일시 지원 여부를 조사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다자녀 공무원을 승진 우대하기 위해 공무원임용령을 개정해 버려 경북도와 구미시처럼 자녀 수에 따른 승진 정책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세종시처럼 주민 세금으로 남녀 간 미팅을 지원해서 커플을 만들겠다는 코미디 같은 일들이 벌어진다. 성평등 정책의 리더십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반전이다. 성평등·돌봄 사회가 저출산을 되돌릴 수 있는 전략적 방향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그 내용을 집중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정부 조직을 짜야 한다. 그 하나의 방안이 여성가족부를 성평등 주무 부처로 명칭과 위상을 새로이 하고 신설이 거론되는 부총리급 저출생부와 통합하는 것이다. 저출산 문제와 마찬가지로 성평등 정책도 각 부처를 실질적으로 총괄·조정하는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부총리급이 적합하다.


총괄 조정 또한 현 여성정책국과 성별영향평가과로는 매우 부족하다. 성평등정책국과 성주류화전략과로 기능을 개편해 여성과 남성을 모두 아우르고 기후 변화와 디지털 전환, 과학기술 그리고 지역 균형발전 같은 국가 주요 어젠다에서도 성평등이 진전할 수 있도록 함께 방향을 논의하고 협력하는 임무를 부여해야 한다.


또 다른 축으로 돌봄사회로의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가칭)돌봄사회전환촉진법을 제정하고 돌봄청 또는 돌봄사회국을 신설해 대상별로 쪼개져 있는 사업들을 총괄하면서 남녀, 기업, 지역 사회 모두가 함께 돌보는 돌봄사회로의 전환을 이끌어나갈 필요가 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성평등정책과 돌봄정책의 추진이 유기적으로 결합할 때만이 저출생 대책은 그나마 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 내일은 제22대 국회 임기 첫날이다. 발전적 논의가 필요하다. 22대 국회의 올바른 결정을 기다린다.


차인순 배재대 초빙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