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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시인 신경림 영결식 "시의 고아가 된 심정으로 영원히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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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고아가 된 심정으로 우리는 신경림 시인과 영원히 이별하는 자리를 갖게 됐습니다"


24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장례식장에선 한국의 대표적인 민중시인 고(故) 신경림의 영결식이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 남짓 진행됐다.


민중시인 신경림 영결식 "시의 고아가 된 심정으로 영원히 이별" 고 신경림 시인 추모제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24일 서울대병원장례식장에서 열린 고 신경림 시인 추모제에서 도종환 의원이 고인의 약력을 소개하고 있다. 2024.5.24 xyz@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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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인협회와 한국문인협회 등 문인단체들이 함께 참여하는 대한민국 문인장으로 치러진 가운데, 이날 시인의 약력을 소개한 도종환 시인(국회의원)은 "시의 고아가 된 심정"이라면서 애통해했다.


장례위원장을 맡은 원로 문학평론가 염무웅은 조사에서 "선생은 이름난 시인이 되고 난 다음에도 유명인 행세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면서 "그는 시에서 자신의 잘난 모습보다 못난 모습을 더 자주 묘사했다. 독자들은 그의 작품에서 자신들의 감춰진 자화상을 보고 위안과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문정희 국립한국문학관장(시인)은 추도사에서 "시인은 죽고 난 후 그의 시가 지상에서 사라질 때 죽는다고 한다"며 "선생의 시는 절대 사라지지 않고 오래 살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료와 후배 문인들의 조시 낭송도 이어졌다.


이근배 시인(전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은 '한 시대를 들어 올린 가난한 사랑 노래 온 누리에 펼치소서'라는 조시를 낭독했다.


정희성 시인은 '신경림 선생이 가셨다'라는 시에서 "선생은 못난 나를 친구처럼 대해주셨다 /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며 / 세상사 물으면 짐짓 손 저어 대답하면서 / 선생은 홀로이 슬픈 낙타처럼 늙으셨다"고 나직이 읊었다.


생전에 고인을 인터뷰한 영상이 상영되자 눈시울을 붉히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밝은 시를 쓰고 싶은데…. 밝은 세상을 우리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합니다. 밝은 세상이 돼야만 밝은 시도 나올 수 있는 거지요."


생전에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던 고인을 위해 후배 예술인들은 그의 시에 노래를 붙인 곡들도 준비했다. 시 '돌아가리라'에 곡을 붙인 노래를 가수 정태춘 등 민중 노래패 '민요연구회' 멤버들이 나와서 함께 부르며 고인을 기렸다.


이날 영결식에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전 창비 편집인),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등 문화계 인사들 외에도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등 정치권 인사도 일부 참석했다.


박 원내대표는 "선생의 시는 언제나 사람을 향해 있었고 시대와 함께했다"며 "어른이 귀한 시대에 참 다정한 어른 한 분을 또 잃어서 슬프고 안타깝다"고 애도했다.


고인은 25일 오전 5시30분 발인을 거쳐 고향인 충북 충주의 선영에서 영면에 들 예정이다.


출판사 창비는 유족과 협의를 거쳐 고인의 미발표 시들을 모아 유고 시집을 출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창비는 고인의 1975년 첫 시집인 '농무'와 마지막 시집인 '사진관집 이층'(2014년)을 간행하는 등 인연이 깊은 출판사다.



다만 창비 관계자는 "(신경림 시인의) 차기작이 이미 몇 년 전부터 출간 예정 리스트에 있기는 했다"면서 "유고 시집 출간은 내부 검토와 유족과의 협의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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