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실적 발표와 함께 '천비디아'
HBM 납품하는 SK하이닉스도 '20만닉스'
'반도체의 봄' 지속 기대감
삼성전자도 긍정 전망…품질 테스트가 관건
세계 인공지능(AI) 칩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엔비디아가 23일 호실적을 발표하면서 우리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시장의 전망도 밝아졌다. 엔비디아에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는 SK하이닉스를 필두로 'K반도체의 봄'이 계속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엔비디아는 이날 새벽 회계연도 1분기(2∼4월) 매출 260억4000만 달러(35조6000억원), 주당 순이익 6.12달러(8366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두 지표 모두 시장 전망치를 훨씬 웃돌았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71억9000만 달러에서 262%나 급등했다. 주당 순이익도 1.09달러에서 4.5배 늘었다. 2분기에도 오름세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엔비디아는 2분기(5∼7월) 매출을 280억 달러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실적 발표의 영향으로 '천비디아(엔비디아 주가 1000달러)'를 만들어냈다.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엔비디아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정규장보다 6.16% 오른 1008달러에 거래됐다. 엔비디아 주가가 1000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가는 한때 1020달러 안팎까지 오르기도 했다.
엔비디아의 고공행진은 우리 반도체 기업들에도 즉시 영향을 줬다. 특히 SK하이닉스가 수혜를 입고 있는 분위기다.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20만원대로 올라섰다. 이날 20만3500원으로 시작해 한때 20만4000원까지 올랐다. 이른바 '20만닉스'가 처음으로 등장한 것이다.
오름세는 이날 '깜짝' 수준에 머물지 않고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AI 반도체 시장에서 '큰 손'으로 꼽히는 엔비디아와 지속해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서 SK하이닉스의 다음 분기 실적들도 호조를 보일 가능성이 커서다. SK하이닉스는 HBM3를 사실상 독점 공급한 데 이어 지난 3월 메모리 업체 중 최초로 HBM3E 8단 제품을 납품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HBM3E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정보도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하며 시장의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권재순 SK하이닉스 수율 담당 임원(부사장)은 최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HBM3E 칩 생산에 필요한 시간을 50% 단축했으며 목표 수율 80%에 거의 도달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의 HBM3E 수율을 60∼70% 정도로 추정했던 시장의 반응을 반박한 것이다. 권 부사장은 "올해는 고객들이 가장 원하는 8단 HBM3E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며 "인공지능(AI) 시대에 앞서나가기 위해 수율 향상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라고도 강조했다.
SK하이닉스만큼 아직 뚜렷하지 않지만, 삼성전자도 엔비디아 호실적의 영향을 받아 반등할 것이란 분석이 업계에서 나온다. 엔비디아는 삼성전자의 HBM3E 12단 제품의 품질을 테스트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테스트에서 합격점을 받으면 삼성전자의 HBM도 엔비디아에 납품할 수 있는 활로를 뚫을 수 있다.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삼성전자는 관련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100여명을 투입했고 HBM4 개발팀도 별도로 꾸려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1일에는 '반도체 신화'의 주역으로 불리는 전영현 미래사업기획단장 부회장을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에 앉혔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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