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 네 기와 공방지 한 곳 등 확인돼
용문 향로 초벌 편 등 왕실 청자도 확인
"고려청자 재료·생산 체계 밝힐 중요 자료"
전북 부안 유천리 요지에서 고려청자 가마와 공방지로 추정되는 생산시설이 발견됐다.
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는 지난 2월부터 유천리 2~3구역(토성 안)을 시굴(試掘) 조사해 가마 네 기와 공방지 한 곳, 폐기된 자기·벽체편·번조(燔造)용 요도구(窯道具) 등이 묻힌 구덩이(수혈)를 확인했다고 8일 전했다. 하나같이 고려청자 생산 과정과 관련한 시설들이다. 요도구는 갑발(자기를 구울 때 담는 그릇으로, 자기에 불길이 직접 닿거나 불순물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함), 도지미(자기를 가마에서 구울 때 사용하는 받침) 등 자기를 구울 때 사용된 도구다.
유천리 요지는 고려 중기에 형성됐다고 알려진 청자 가마터다. 일제강점기인 1929년 노모리 겐에 의해 발견돼 1963년 사적으로 지정됐다. 본격적인 탐색은 1997년부터 이뤄졌다. 2~7구역을 꾸준히 시·발굴 조사해 12세기 후반~13세기 대규모 고려청자 가마터와 관련한 건물지 등을 찾았다.
이번에 발견된 가마는 구릉 경사면에 있었다. 약 6~7m 떨어진 공방지에선 원형 도기 항아리 두 점과 직사각형 수혈이 확인됐다. 내부와 주변에는 회백색 점토가 분포해 있었다. 국립문화재연구원 관계자는 "보존과학연구실에서 X-선 회절 분석과 레이저 입도 분석을 실시한 결과, 규산염 광물인 고령석과 운모가 풍부한 토양이었다"며 "도자기의 바탕흙인 태토(胎土)로 사용됐다고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조사에선 12세기 중반~13세기 전반에 제작됐다고 짐작되는 대접, 접시, 잔 등 일반 기종과 향로, 주자, 참외 모양 병 등 특수 기종도 출토됐다. 일부 접시는 고려 왕릉인 지릉(명종)과 석릉(희종)에서의 출토품과 모양 등이 흡사했다. 용문 향로 초벌 편 등 왕실이나 귀족계층이 사용했다고 추정되는 고급 청자도 확인됐다.
문화재청 측은 "부안 유천리 요지에서 고려청자 태토를 가공하기 위한 공방지가 발견되기는 처음"이라며 "향후 고려청자의 재료와 생산 체계를 밝히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어 "물리탐사, 고지형 분석, 성분 분석, 연대 측정 등을 병행해 조사 결과를 세부적으로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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