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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며 서울을 생각하다]대학 도시 서울, 핫플레이스의 흥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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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후 수많은 대학 들어서고
경제 성장하면서 진학생 늘어
학생 중심 대학가 상권 번성
한국식 젠트리피케이션 시작점

80년대는 민주화 운동 중심지로 위상
90년대 이후 젊은층 문화거리로 변신

[걸으며 서울을 생각하다]대학 도시 서울, 핫플레이스의 흥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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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가자 지구 전쟁 반대 시위를 하던 컬럼비아대 학생들을 뉴욕시 경찰이 강제 해산시켰다. 이를 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비롯한 온갖 채널에서 관련 이미지들이 쏟아져나왔다. 이 모습을 보며 나는 문득 1980년대 서울을 떠올렸다. 오늘날의 뉴욕과 당시 서울의 시위는 전혀 다르지만, 젊은 학생들이 열정적으로 변화를 요구하고, 이를 수용하지 못하는 사회가 무력으로 대응하는 방식은 거의 비슷하다.


1980년대 서울을 뜨겁게 만든 그 시절 학생 운동은 과연 어떤 변화를 이끌어왔을까. 한국의 오늘날 교육 제도는 크게 볼 때 일제강점기 지배 구조의 일환으로 출발했다. 대학은 지금처럼 일반화되지 않았다. 대신 일제가 설립한 공립 고등 교육기관과 뜻있는 조선인, 서양의 선교사 등이 설립한 사립고등 교육 기관이 있었다. 오늘날의 서울대는 일제가 설립한 경성제국대학을 중심으로 광복 직후 여러 기관을 병합해 만들었고, 고려대는 사립 교육 기관인 보성전문학교가 전신이며, 연세대는 미국인 선교사가 설립한 연희전문학교와 세브란스 의과대학을 합한 것에서 비롯했다. 일제강점기 고등 교육을 거친 이들은 극소수 엘리트였다. 그 중 ‘친일파’도 있긴 했지만, 대부분 이들의 사회적 위상은 매우 높았고 광복 후에는 한국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걸으며 서울을 생각하다]대학 도시 서울, 핫플레이스의 흥망 옛 종로서적이 있었던 종로2가 풍경. 1980년대 입시학원으로 유명해진 종로2가는 ‘종로대학’으로 불릴 만큼 대학생들의 놀이터로 떠올랐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광복 후에는 새로운 대학이 많이 설립됐다. 대학에 대한 사회적 위상은 여전히 높았다. 1960년 수많은 대학생과 교수들이 나서서 주도한 4·19혁명의 성공도 대학 또는 대학생에 대한 높은 사회적 위상 덕분일지도 모르겠다. 1961년 5월 박정희는 쿠데타를 일으켜 군사 독재 정권의 서막을 열었고, 1960년대 중반부터는 공업 중심 경제 발전 정책의 도입으로 한국 사회의 경제 구조와 생활상은 급격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대학 진학생들이 늘었고 대학 졸업자를 필요로 하는 전문직도 늘어났다. 대학의 사회적 위상은 여전히 높았으며, 군사 정권은 대학을 감시의 대상으로 여기면서 갈등 관계가 길어졌다.


유신 체제로 이어지는 1970년대, 정치적으로는 암울했으나 대학 문화는 번성하기 시작했다. 1977년 시작한 MBC 대학가요제는 대학 문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상징으로 급부상했다. 대학생들은 계속 늘었고, 고학력자들이 사회 전반으로 배출되면서 민주화에 대한 기대 역시 높아졌다. 정치적 탄압 속에서도 민주화운동은 지칠 줄 모르고 이어졌다.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이 암살당하자 정치적 혼란은 극에 달했지만, 민주화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은 수많은 대학생이 민주화를 위해 거리로 나왔다. 그러나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는 걸 막지 못한 탓에 정치적 탄압은 계속 이어졌다.


1980년대 한국은 중진국이 됐다. 대학 입학 정원 확대로 학생 수가 늘었고, 대학의 규모와 영향력도 커졌다. 학생들이 늘자 대학가 인근에는 학생 중심 상권이 만들어졌다. 젊은이들의 문화가 상업의 중심으로 부상하면서 상업 시설들이 대학 주변 주택가에도 들어서기 시작했다. 한국식 ‘상업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의 시작점을 이때로 볼 수도 있다. 번성한 곳은 ‘대학 앞’만이 아니었다. 입시학원으로 명성을 얻은 종로2가는 ‘종로대학’으로 불릴 만큼 대학생들의 놀이터로 떠올랐다. 이 무렵 강남은 폭발적인 기세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강북은 서서히 침체하고 있었다. 많은 대학이 강북에 밀집돼 있어 대학가들의 번성은 그나마 침체기에 접어든 강북의 새로운 원동력 역할을 했다. 이 당시 대학은 서울의 도시 공간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


한편 전두환 독재 정권이 장기화하면서 민주화에 대한 사회적 욕망은 더욱 강렬해졌다. 지속적인 민주화 운동을 주도한 것은 대학생들이었다. 여전히 대학의 사회적 위상이 높았기 때문에 대학생들의 민주화 투쟁에 관한 사회적인 지지와 동참이 이어졌다. 종교인들과 각 분야 지식인들까지 여기에 동참했다. 고문치사를 당한 고 박종철 열사와 시위 현장에서 세상을 떠난 고 이한열 열사는 민주화 투쟁의 상징이 돼 추모와 애도의 불길이 타올랐고, 마침내 1987년 봄, 학생들이 주도한 민주화운동은 기념비적인 성과를 거뒀다.


1990년대 이후로는 어땠을까. 서울과 대학의 관계는 점차 달라지기 시작했다. 민주주의 정착 이전까지만 해도 주로 대학을 중심으로 민주화나 사회적 발전을 꿈꾸었다면 이제는 사회 곳곳에서 이에 대해 폭넓게 토론할 수 있게 됐다. 대학의 사회적 위상은 여전히 높았지만, 한국 정치 구조의 변화 과정에서 그 역할이 현저히 줄어든 셈이다. 대신 소비 능력이 높아지면서 학생들은 이제 사회 운동이나 동아리 같은 집단적 활동보다 여행 같은 개인적 활동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대학가는 여전히 인기가 있었지만, 1990년대 후반으로 가면서 점점 쇠퇴했고 라이브 클럽 중심으로 특화한 홍대를 비롯해 대학생들의 문화라기보다 젊은이들의 문화 중심지로서, 서울의 새로운 명소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21세기 이후 빠르게 보급된 인터넷과 스마트폰은 대학은 물론. 사회를 급속도로 변화시켰다. 디지털매체가 일상에 깊이 개입되면서 학생들은 대학가에서 모일 필요를 거의 느끼지 못했다. 그보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용 사진 찍기 좋은 곳이 인기를 끌었다. 언제나 학생들로 붐비던 대학가는 이른바 홍대 앞을 제외하고 대부분 쇠퇴했다. 오늘날 서울 ‘핫플레이스’의 흥망은 대학생이 아닌 20~30대 젊은 세대 취향과 감수성이 좌우한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데도 2024년 현재 서울은 여전히 대학 도시다. 41개의 대학에서 50만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대학의 사회적 위상도 여전히 높다. 물론 이전과는 다른 의미에서 그렇다. 예전의 대학이 학생들의 지성의 성지로서 더 나은 인간성 함양과 나아가 바람직한 사회적 방향을 모색했던 곳이라면, 오늘날의 대학은 학생 개개인의 전문성을 고양하고 연구하는 곳으로 변화했다. 이런 변화로 인해 대학의 사회적 영향력은 줄어들었다. 그래서일 것이다. 오늘날의 서울에서 전쟁 반대 시위가 일어난다면, 대학 캠퍼스보다는 광화문광장에서 촛불 집회가 열릴 것이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르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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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파우저 전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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