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S&P500지수에 상장된 대기업들의 1분기 주당순이익(EPS)이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하며 약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이러한 호실적은 올 들어 연방준비제도(Fed)를 둘러싼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급격히 후퇴했음에도 뉴욕증시가 우려만큼 급락하지 않았던 배경으로 꼽힌다.
6일(현지시간) 금융정보업체 팩트세트가 S&P500 상장기업들의 실적 및 실적 추정치를 분석한 결과, 1분기 EPS는 전년 대비 5%대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2022년 2분기(5.8%) 이후 가장 큰 성장폭이다. 실적 시즌을 앞두고 지난 3월 말 월가에서 내놓은 전망치 3.2%도 훨씬 웃돈다.
현재까지 S&P500 상장기업의 약 80%가 분기 실적을 발표했으며 이 가운데 77%가 예상치를 상회하는 EPS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61%는 기대 이상의 매출을 거뒀다. 팩트세트는 "S&P500 상장기업들이 기대보다 양호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11개 업종 중 통신, 유틸리티, 소비재, 기술 부문을 중심으로 8개 부문에서 전년 대비 수익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이번 주에는 디즈니, UBS 등 56개 기업이 실적 발표에 나설 예정이다.
월가에서는 좀처럼 꺾이지 않는 인플레이션, 금리 인하 기대감 후퇴 등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증시가 견조한 모습을 보였던 배경으로 이처럼 견조한 1분기 실적을 꼽고 있다. 블랙록 투자연구소의 장 보이빈 소장은 이날 주간 투자자 메모에서 "고금리는 통상 주식 가치에 타격을 준다"면서 "고금리 우려에도 불구하고 1분기 실적이 호조를 보이면서 증시를 떠받쳤다"고 평가했다. 스콧 크로너트가 이끄는 시티그룹의 주식전략팀 역시 "우리는 Fed, 경제 여건에는 부정적"이라면서도 "이번 실적시즌은 S&P500 펀더멘털에 대한 강세장 지속 의견을 뒷받침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시장의 눈길은 2분기 실적 가이던스에 쏠리고 있다. 지금까지 2분기 EPS 전망치를 공개한 S&P500 상장기업 75개사 가운데 34개사는 월가 예상을 웃돌았다. 반면 월가 예상을 하회하는 실적 가이던스를 내놓은 기업은 41개사로 전체의 55%를 차지했다. 다만 이러한 비중은 최근 5년 평균치(59%), 10년 평균치(63%)에 못 미친다. 기업들도 예상보다 낙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투자자들은 경기 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월가에서 S&P500 기업들의 EPS 추정치를 상향하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팩트세트에 따르면 이번 분기 첫 달인 4월 한 달간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S&P500 기업의 EPS 추정치(보텀-업) 중간값을 59.23달러에서 59.64달러로 0.7% 상향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통상 월가에서 분기 첫 달에 EPS 추정치를 낮춰온 것과 비교해도 대조적이다. 분기 첫 달에 EPS 추정치가 상향된 것은 2021년 4분기(+0.3%) 이후 처음이다. 최근 5년간 20개 분기의 평균 하향폭은 1.9%였다. 야후파이낸스는 "애널리스트들이 이번 분기에 놀라울 정도로 낙관적인 태도를 유지했다"고 전했다.
데이터트렉의 공동 창업자인 제시카 라브는 "통화정책을 둘러싼 모든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실적 전망은 긍정적"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뉴욕증시의 대형주가 급락하는 것은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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