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 112년' 연호도 쓰여 있어
불법조달 부품 조립 후 러시아 운송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한 북한제 미사일에 지난해 3월 제조된 미국산 컴퓨터 반도체가 사용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BBC방송은 5일(현지시간)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한 북한제 미사일을 분석한 결과에서 북한이 제재를 회피해 미국·유럽산 부품을 불법적으로 조달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몇개월 만에 미사일을 만들어 최전선의 러시아군에 보낸 것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이에 국제사회의 제재를 회피해 외국산 부품을 수입해 무기를 만들고, 이를 러시아에 수출하는 북한의 무기 공급망이 생각 이상으로 탄탄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다만 해당 미사일에 사용된 외국산 부품 상당수가 정품이 아닌 가짜라는 주장도 나왔다.
BBC는 우크라이나의 무기 조사관 크리스티나 키마추크가 그동안 보지 못한 특이한 모양의 미사일 잔해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수백 개의 잔해를 분석한 결과 미사일에는 최신 외국 기술로만 만들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았다. 심지어 2023년 3월 미국에서 만든 컴퓨터 칩도 있었다. 해당 미사일엔 북한의 ‘주체 연호’로 2023년에 해당하는 ‘112’라는 숫자도 적혀 있었다.
전쟁에 사용된 무기를 회수해 제조 과정을 연구하는 영국 싱크탱크인 ‘분쟁군비연구소(CAR)’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들이 화성-11형 계열이라고 결론 낸 것이다.
데미안 스플리터스 부국장은 “북한이 거의 20년 동안 심각한 제재를 받았음에도 여전히 놀라운 속도로 무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은 가장 놀라운 일”이라고 밝혔다.
영국 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북한 전문가인 조셉 번도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유럽 땅에서 사람을 죽이는 데 사용되는 것을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앞서 CAR은 이 미사일 잔해에서 발견된 290여 개 부품의 출처를 조사한 결과 8개국 26개 기업 제품이 포함돼 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미국 기업이 75.5%에 달했고, 전체의 90%가 미국·유럽·일본산이었다.
우크라이나가 분해한 1월 2일 발사된 미사일은 최대 700㎞까지 날아갈 수 있는 북한의 가장 정교한 단거리 미사일인 화성 11호인 것으로 보인다고 BBC는 전했다.
BBC는 "김정은이 핵전쟁을 준비한다는 이야기도 최근 돌고 있지만, 더 즉각적인 위협은 현재의 전쟁에 기름을 끼얹고 세계의 불안을 키우는 북한의 (무기 제조) 능력"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제재와 관련해 미국 미들버리국제문제연구소의 제프리 루이스는 “북한의 (부품) 구입을 더 어렵고 불편하게 만들 순 있어도 미사일 제조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산 미사일의 장점은 가격이 매우 저렴해 방공망을 압도할 정도로 대량 발사할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북한이 연간 수백 기의 미사일을 생산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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