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진 DL이앤씨 주택사업본부 미래기술센터 상무
"모듈러 유닛 공장 최적화…기술력이 경쟁력 좌우"
부여에도 모듈러 주택…소규모주택 시장 진출 기대
"모듈러 건물을 짓는 거면 유닛(구조체) 생산 방식도 달라야 하지 않을까요."
이상진 DL이앤씨 주택사업본부 미래기술센터 상무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모듈러에 처음 접근한 방식은 사업성이 아닌 '기술력'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모듈러는 국내에서 보편적인 건축 기술은 아니다. 건설업계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실천하면서 점차 활성화하고 있는 최신 공법이다. 이 공법을 활용하면 균일한 품질을 확보할 수 있고,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도 줄일 수 있다. 현장 작업을 최소화해 공사 기간이 단축되고, 안전사고 우려도 덜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하자보수가 감소하는 장점도 있다.
모듈러 주택을 짓는 것은 로봇을 조립하는 것과 비슷하다. 집이 제 모습을 갖추려면 지붕과 바닥, 그리고 용도에 따라 나뉜 방과 거실, 화장실 등이 필요하다. 이를 구성하기 위한 뼈대(유닛)를 공장에서 만든 다음 현장으로 옮겨와 설계대로 조립하면 된다.
이 상무는 DL이앤씨의 모듈러 공법이 다른 건설사들과 차별화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닛을 만드는 모듈러 공장을 쭉 돌아봤는데 예상과 달리 현장에서의 작업을 공장에서 선행하는 데 그치고 있었다"며 "공장에서의 유닛 제작 방법도 최적화하고자 했다. 기술적으로 재래식 단순 제작이 아닌 공종 표준화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집 짓는 방법은 모든 건설사가 같고 협력업체도 공유된다. 결국 기술적 역량이 근본적인 경쟁력을 구분할 것"이라며 "혁신적인 공법 변화를 큰 목표로 한다"고 부연했다.
DL이앤씨는 공동주택 부속시설을 모듈러 유닛으로 실증화한 실적을 갖고 있다. 2020년 김포의 한 아파트 경비실을 모듈러로 지었는데 국내 최초 사례다. 지난해에는 전남 구례군 산동면에 모듈러 단독주택 단지를 준공했다. 이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총 11개 철골 유닛을 조합해 완성한 주택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공사 과정은 타임랩스 영상으로 볼 수 있었다. 유닛들이 아귀를 맞춰 집의 형태를 갖춰갔다. 도배, 도장 등의 작업은 현장에서 이뤄졌다. 이 상무는 "DL이앤씨가 단독 개발한 특허 기술이 19개가 적용돼 구조체 생산 시간 50%, 마감 생산 시간 40%를 단축하는 등 생산성이 125% 향상됐다"며 "입찰에서 디자인적인 화려함보다 일률적인 품질을 확보할 수 있는 설계가 설득력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유닛 간 접합 부위는 일부러 찾으려고 애쓰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감쪽같다"며 "현장에서 경험하기 힘든 일인데 입주민들로부터 '집을 잘 지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회상했다.
이 상무는 모듈러가 대형 건설사들에 소규모 주택 시장 진출 기회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단독주택 사업의 경우 땅 매출 규모가 워낙 작아 대형건설사들이 뛰어들지 못하는데 모듈러가 되면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아파트와 같은 고층 건물을 모듈러 공법으로 짓기에는 아직 원가적인 한계가 있다고 했다. 제도적으로는 내화·내진 기준 정립도 모호하다고 덧붙였다.
DL이앤씨는 충남 부여군 동남리에 새 모듈러 주택을 세우고 있다. 이 상무는 "인건비 등 공사 원가가 비싸지 않았을 때는 필요성을 못 느꼈던 국내 건설업계도 중장기적으로 모듈러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며 "모듈러가 본격화하면 기술력을 쌓아 온 DL이앤씨가 치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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