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행복해야 구민 최상 서비스 제공 가능"
1600명 서초 동료, 활기찬 조직문화 조성
동주민센터 공무원들에게 ‘힐링쿠폰’ 지급
전성수 서울 서초구청장은 서울법대를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서울시와 중앙정부 등을 거치며 30년간 공직생활 경험이 있는 행정전문가다. 특히 서울시에서 20년, 인천시 행정부시장 등 지자체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보니 민원담당공무원들이 겪는 스트레스와 고충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
전 구청장이 최근 인터뷰를 통해 직원이 행복한 일터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평소 ‘화답행정’을 강조하고 있다. 공급자적인 생각이 아니라 수요자의 입장에서 행정을 하는 것이다. 주민들에 대한 화답뿐만 아니라 조직 내부도 마찬가지다.
1600명의 구청 직원들을 ‘서초동료’라고 부르며, 이들이 신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화답하고 있다. 전 구청장은 “구청장인 저는 주로 방향을 제시하고, 실질적인 일은 서초 동료가 하고 있다”며 직원들의 노고를 격려했다. 그러면서 서초 공직자들이 즐겁고 신나게 일할 수 있는 근무환경 조성에 힘쓰고 있다. '서초 공직자가 행복해야, 주민들에게 적극적이고 질 높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주민 행복도가 높아진다'는 판단에서다.
대표적으로 민원담당 공무원들의 마음 건강을 세심하게 살피고 있다. 특히 일선의 민원담당 공무원들은 감정 노동에 시달리고, 그 과정에서 마음을 다치는 경우가 많다. 일부 악성 민원으로 인한 마음 상처를 치유하고 트라우마가 생기지 않도록 챙기고 있다. 지난해 7월 구청 1층 OK 민원센터를 리모델링하면서 ‘혼자만의 방, 아담소(我談所)’를 만들었다.
2평 정도의 공간에 희망을 상징하는 고래그림 및 다과 등을 비치해 민원 공무원들이 힘든 마음을 달래는 곳이다. 이곳에는 블루투스 스피커 기능이 있는 안락한 리클라이너 의자, 얼음 정수기도 비치됐다. 현재까지 이용 건수는 420여회로 일평균 2~3명이 이용, 직원들은 간단하게 차와 음악을 음미하며 악성민원으로 부터 지친 마음을 치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또 대민행정서비스에 접점에 있는 동주민센터 민원 담당 공무원들에게 감정노동에 지친 마음을 힐링할 수 있도록 가까운 카페를 이용할 수 있는 커피 쿠폰을 지급한다. 분기별 1회씩 지급, 지난해에는 총 4회, 619명의 직원에게 힐링쿠폰을 지급했다. 올해 2월에는 162명에게 힐링쿠폰 지급을 완료, 5월, 8월, 11월에도 지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동주민센터 공무원들에게 ‘힐링쿠폰’을 지급한다. 민원 담당 공무원들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힐링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는 램프, 도마, 향수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해 총 5회, 230여명이 참여했다. 올해는 직원들의 선호도를 조사해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 반복·고질 민원 담당 공무원도 참여할 수 있도록 대상을 넓혔다.
이달에는 4회차에 걸쳐 힐링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아름다운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미술관 도슨트 투어’(2회), 신나는 음악과 함께 치유하는 ‘뮤지컬 관람’, 고품격 관광열차를 타고 떠나는 ‘원데이 힐링 여행’으로 일상의 스트레스는 잠시 잊고 힐링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또 ‘직원스트레스 매니지먼트 사업’도 추진한다. 지난해 10월부터는 직원들의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직원 스트레스 매니지먼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악성·고질 민원' 증가로 직무 스트레스가 커지고 일·가정의 양립에 따른 고충을 호소하는 직원이 늘고 있어, 이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을 하기 위해서다.
이에 임상심리사 자격증을 가진 정신건강 전문가를 채용해 상시 근무토록 했다. 또, 대면 상담을 위한 전용공간 ‘마음정원’을 약 17㎡ 규모로 구청 지하 1층에 마련, 공무원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마음 편히 상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1대1 대면 심리상담을 비롯해 ▲자율신경검사 전문기기(HRV)를 활용한 '전 직원 스트레스 종합검사' ▲성격유형(MBTI)검사 ▲그림검사 ▲자녀 성격유형 검사 ▲집단상담 등 다양한 프로그램 진행된다.
이외도 외부 정신건강의학과 및 상담기관 이용을 원하는 직원에게 '심리상담 전문기관 상담비용'을 1인 최대 50만원 한도로 지원한다. 특히 대면 심리 상담은 대기자가 생길 정도로 직원들에게 인기가 많고, 다른 프로그램 참여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다.
특히 구청장과 청년공직자의 허심탄회한 대화시간인 ‘구말쫌(구청장님 말쫌합시다)’도 운영하고 있다. 간부 공무원 배석 없이 구청장과 실무직원들만 모여 애로사항과 건의 사항을 직접 듣고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다.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총 6회, 60명의 직원들과 함께 대화를 나눴다.
이와 함께 민원인들의 폭언·폭행 등 위법 행위로부터 직원을 보호하도록 안전한 근무환경도 만들고 있다. 지난해 오케이민원센터와 동주민센터 민원실 등에 휴대용 보호장비(웨어러블 캠), 녹음전화, CCTV, 비상벨, 안전유리 등을 설치했다. 연 2회 경찰과 합동으로 악성민원 발생 대비 비상대응훈련을 실시, 오케이민원센터에는 민원실 안전을 위해 안전요원을 채용하여 근무 중이다.
또, 위법 행위 발생 시 법률 지원하는 대응전담부서를 지정, 법무지원실을 통해 대응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민원업무 담당 공무원 등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휴식 시간과 공간 제공 등을 지원할 근거를 마련했다.
전 구청장은 “1600명 서초동료들이 신나고 활기차게 일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계속해서 조성, 직원들의 행복이 곧 주민 행복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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