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근감소증, 낙상예방 운동
"이렇게 끼우면 되지요?"
전남 나주시 노인복지관에서 강사 지도하에 '어운완' 동작을 따라서 하던 한 노인은 오른쪽 발바닥에 끼운 밴드를 잡아당기며 이렇게 말했다. '어운완'은 65세 이상 노인들의 근감소증과 낙상 예방을 위해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개발한 신체 활동 프로그램이다. 신조어 '오늘 운동 완성(오운완)'에 빗대 '어르신 근력·균형 운동 완성'을 줄여서 붙인 이름이다.
기자가 복지관을 찾은 지난달 3일, 비가 오는 날씨에도 수강생 25명 중 23명이 참석해 출석률 90%를 넘겼다. 어운완은 모든 동작이 따라 하기 쉽고 간편할 뿐만 아니라 요가나 댄스처럼 격렬하지도 않아, "아이고" 소리 한 번 나오지 않았다.
질병관리청의 2021 퇴원 손상 통계에 따르면 손상(의도·비의도적 사고로 건강에 미치는 해로운 결과)으로 인해 입원한 환자 중 약 80%는 65세 이상 노인이며, 노인의 주요 손상기전은 추락·낙상이 약 60.9%를 차지한다. 건강증진개발원 측은 "추락·낙상은 65세 이상의 노인 사망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노인 비율이 빠르게 증가하는 우리나라에서 추락·낙상 예방을 위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화로 인해 근육량은 매년 1%씩 감소하는데 이러한 근골격계 변화로 발생하는 노년기 낙상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선 신체의 근력과 균형 기능을 향상하는 규칙적인 운동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어운완은 이런 배경에서 지난해 처음 초안을 개발, 경기도 안양 만안구와 울산 울주군·전남 나주시 등 3개 보건소에서 프로그램 초안을 시범 운영했다. 이 결과 참여자들의 상대 악력·하지 근력·유연성·심폐지구력 등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범 운영 참여자 종합 만족도(프로그램 용이성, 흥미와 관심, 건강습관 개선, 지속 참여 희망, 지인 추천 의향 등)는 평균 97.6점이었다.
이중 나주시는 올해도 나주체력인증센터, 나주시노인복지관, 나주시보건소가 업무협약을 맺고, 어운완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지난해 20명을 선정해 12주동안 시범운영했던 것을 올해는 25명씩 3기까지로 늘렸다. 이달 26일 1기가 종료되고 2기 모집이 진행되는데 벌써부터 문의가 빗발친다는 후문이다.
이연옥 나주시 건강증진과 팀장은 "지역 인구 특성과 낙상으로 인한 합병 위험률을 고려해 노인 낙상 예방을 위해 근력 강화 운동을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면서 "어르신들의 근력 향상에 도움이 많이 돼 만족도도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작년 시범사업 참여자들의 근력·평형은 실제 향상된 것으로 조사됐다. 어운완은 기본 적응 운동(2주)과 의자를 갖고 하는 운동, 둘이 짝지어서 하는 운동, 서서 하는 운동 등 3가지 유형(각 10주)으로 구성돼 있다. 1회 50분 안팎, 주 2회 이상 실천이 권장된다. 팔걸이·바퀴 없는 의자와 10m 줄, 고무밴드, 물병 등 간단한 준비물만 있으면 된다. 동작 유형에는 의자를 활용한 운동, 둘이 짝을 지어서 하는 운동, 서서 할 수 있는 운동 등이 있다. 이날은 밴드를 양팔에 끼고 머리 위로 손을 뻗은 뒤 각각 바깥 방향으로 돌리는 운동을 했다. 보기엔 쉬워 보이지만 밴드의 탄력성, 회전 방향 인지 등을 염두에 두고 운동해야 하기 때문에 집중력도 필요로 한다.
오진필 동신대학교 국민체력100 나주체력인증센터 운동처방사는 "단순 신체 활동만이 아닌 뇌 신경을 타깃으로 프로그램을 짰다"며 "뉴로 트레이닝이 가미된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뉴로 트레이닝은 뇌과학을 접목해 신체 운동을 하는 것으로, 근력과 함께 균형감각도 향상할 수 있다. 운동 효과도 눈에 띈다. 나주시보건소에 따르면 참여자들의 근기능는 상·하지 각각 23.65%→25.12%, 13.28회→14.9회로 늘었고 평형성은 7.89초→9.28초, 유연성은 7.15cm→9.28cm 등으로 향상됐다.
이날 운동을 한 김점숙(75·여)씨는 "나이가 들면서 근력이 약해짐을 느껴 요가, 댄스 등의 운동도 해봤지만 일상생활의 근력을 키우는데 어운완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요가는 안 쓰는 근육을 늘리게 하는 느낌이라면, 어운완은 일상에 쓰는 근력을 향상해주는 것 같다"며 "원래 허리통증이 심했는데 운동 후에는 거의 사라졌다. 의자에 앉아서 하기 때문에 운동하다가 어지럽지도 않고, 고령자도 쉽게 따라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어운완 참여자 중에는 90대도 있다. 연령에 맞춰 강도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전 연령대 맞춤 운동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 팀장은 "어르신들 신체나 배움 속도에 맞추기 때문에 젊은이들 사이에서 같이 운동해서 위축되는 일도 없다"고 했다.
이날 자세를 꼿꼿이 세우고 운동을 따라하던 황성운(86)씨는 "다리에 힘이 없고 근육도 아팠는데 통증이 다 사라졌다"며 "팔저림, 허리통증도 없어졌다"고 말했다. 황씨는 작년 시범사업 때부터 어운완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눈에 보이는 효과에 올해도 1기 프로그램에 신청했다. 황씨는 "몸에 무리도 가지 않아 쉽게 따라할 수 있다"며 "지인에게 2기에 참여하라고 추천했다"고 엄지를 올렸다.
나주시는 어운완 프로그램을 경로당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유나영 나주시노인복지관 물리치료사는 "어운완은 근력과 균형성을 고루 갖출 수 있게 설계된 운동"이라며 "전국 노인복지관과 경로당 등에 보급하면 노년기 국민 건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주=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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