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영, 지난해 매출 3조6800억
영업이익 4660억…국내 유통업체 중 3위
온라인몰 중심 성장세…당일 배송 차별화
국내 헬스앤뷰티(H&B) 스토어 시장을 석권한 CJ올리브영이 지난해 대기업 유통 계열사들을 웃도는 영업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K-콘텐츠'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올리브영 매장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의 필수 관광코스로 자리잡은 데다,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오프라인 매장이 타격을 입자 온라인몰에서 선보인 당일배송 서비스 '오늘드림'이 실적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리브영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39% 증가한 3조8612억원을 기록했다. 올리브영은 2022년에 창립 후 최초로 2조원대 매출을 달성했는데, 1년 만에 1조원 넘게 급증한 4조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달성하면서 최대 매출 기록을 새로 썼다.
지난해 영업이익 성장세는 더욱 가파르다. 일년 만에 70%가량 증가한 466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국내 유통기업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올리브영의 영업이익은 현대백화점의 연간 영업이익(3035억원)을 넘어섰고, 대형 유통기업인 롯데쇼핑의 영업이익 5084억원을 넘보는 수준이다. 지난해 유통기업 중에선 신세계(6398억원)와 쿠팡(6174억원)의 영업이익이 가장 많았다.
코로나19 궁여지책 '온리인몰' 효자…전국 1300여개 올리브영 매장 '물류센터' 활용
올리브의 호실적의 비결은 온라인몰의 성장세가 꼽힌다. 오프라인 매장 중심으로 성장했던 올리브영이 온라인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계속된 성장세를 보인다는 것.
특히 올리브영 온라인몰은 퀵커머스 기반의 오늘드림을 통해 e커머스 경쟁사들과 차별화했다. 오늘드림 서비스는 2018년 12월 개시한 즉시배송 서비스로,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가까운 올리브영 매장에서 배송한다. 전국 1300여곳에 달하는 올리브영 매장이 일종의 물류센터 역할을 하는 셈이다.
최근에는 도심형 물류 거점까지 구축하면서 오늘드림 배송망을 효율화하고 있다. 오늘드림은 주문 후 3시간 이내 배송을 원칙으로 하며, 배송옵션 중 빠른배송을 선택하면 평균 45분 만에 배송이 완료된다. 오늘드림 배송은 퀵서비스나 배달대행업체 등 협력사를 통해 이뤄지며, 3만원 이상 구매하면 무료배송이 제공된다.
오늘드림 서비스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급성장했다. 집합금지 등 조치가 내려지는 동시에 마스크 착용 의무화로 주요 뷰티 제품의 수요가 줄었지만, 비대면에 최적화된 배달 서비스를 통해 팬데믹 기간에도 매출 성장세를 이뤄냈다. 올리브영에 따르면 오늘드림 서비스의 매출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연평균 5배를 웃도는 성장률을 나타냈다.
오늘드림 서비스의 성장에 힘입어 올리브영의 온라인 매출 비중 역시 매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인다. 올리브영의 지난해 온라인 매출 비중은 26.6%를 기록해 전년도(24.5%)보다 2.1%포인트 늘었다. 4년 전인 2019년과 비교했을 때는 온라인 매출 비중이 16%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온라인 매출 비중이 27.5%까지 늘었다. 이 기간 전체 매출의 3분의 1가량이 온라인몰에서 나온 셈이다.
올리브영, 국내 H&B 시장 '제패'…온·오프라인 성장 모델
올리브영은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실적이 악화된 국내 H&B 시장에서 유일하게 생존했다. GS리테일의 H&B 스토어 랄라블라는 2022년 사업을 접으면서 모든 매장의 문을 닫았고, 롯데의 롭스도 같은 해 철수를 결정했다. 지난달에는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뷰티 편집숍 세포라도 국내 시장에서의 철수를 발표했다.
유통업계에선 올리브영이 배송망을 위한 대규모 물류 투자 없이 기존 매장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한 점을 생존 비결로 꼽는다. 그동안 국내 e커머스 기업들은 물류센터 구축을 위해 조단위 투자를 단행하면서 영업적자를 이어왔지만, 올리브영의 경우 기존 매장을 활용하면서 운영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실제 올리브영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2.1%로 집계됐는데, 이는 주요 유통업체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전년도인 2022년(9.9%)과 비교했을 때도 2.2%포인트 늘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유통과 플랫폼 업계를 통틀어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상호보완적인 성격을 띠며 양쪽 모두가 고르게 성장한 케이스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전했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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