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미상 남성과 여러 번 영상 통화했다고 살해
피해자 父도 옆에서 살해 장면 지켜 봐
파키스탄에서 자기 누이를 이른바 '명예 살인'하는 장면을 촬영한 뒤 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기까지 한 이들이 경찰에 체포됐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일간 돈(Dawn)과 AFP 통신 등은 파키스탄 펀자브주 토바 텍 싱 마을에 사는 마리아 비비(22·여)가 지난달 17일 가족과 함께 살던 집 안에서 남매인 무하마드 파이살에게 교살당했다고 보도했다. 사건 당시 그의 아버지 압둘 사타르는 이 광경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고, 또 다른 남자 형제인 셰바즈는 살해 장면을 촬영했다.
영상에는 파이살이 침대에서 마리아 비비의 목을 조르는 장면과 아버지 사타르가 이를 지켜보는 모습이 담겼다. 또 "아버지, 이제 놓으라고 말해주세요"라는 셰바즈의 음성도 들리지만 파이살은 행동을 멈추지 않고 이어갔다. 상황이 종료된 후 사타르는 파이살에게 물을 마시라고 권하기도 했다. 이후 셰바즈는 이 영상을 SNS에 올렸고, 영상은 빠르게 퍼지면서 이를 본 누리꾼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이에 현지 경찰은 수사에 들어갔고, 지난달 30일 비비의 가족들을 용의자로 체포했다. 가족들은 비비가 자연사했다고 주장했으나 경찰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경찰은 이들의 살해 동기가 확실하지는 않지만, 사건 주범인 파이살이 경찰 조사에서 "비비가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과 여러 차례 영상 통화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진술한 것을 근거로 이 사건을 명예살인으로 보고 있다.
사건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서는 '끔찍한 일'이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엑스(X·옛 트위터)에서 "살인을 저지른 가족을 공개적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파키스탄의 이슬람교가 이렇게 전 세계에 알려졌다"며 "그들이 얼마나 이슬람교를 사랑하는지 보여준다"며 비꼬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명예살인은 일부 이슬람권 국가에서 집안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가족 구성원이 여성을 살해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파키스탄은 2018년 기준 인구 수당 가장 많은 명예살인이 자행된 국가로 알려졌다. 파키스탄 인권단체 '파키스탄인권위원회(HRCP)'는 파키스탄에서 2022년 기준 316건의 명예 살인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족을 살해한 뒤에도 이를 숨기는 경우가 많아 실제 사건 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파키스탄 정부는 대표적인 악습인 명예 살인을 막기 위해 2016년 이에 대한 처벌을 '징역 25년 이상'으로 강화했지만,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파키스탄에서는 조작된 영상을 보고 자신의 10대 딸이 남자들과 춤을 췄다고 믿어 아버지가 딸을 살해한 일도 있었다. 지난해 11월 27일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외신은 파키스탄 북서부 카이버 파크툰크와주 코히스탄 지역 경찰이 이날 살인 혐의로 A씨를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A씨는 작년 11월24일 자택에서 16살 난 딸에게 여러 발의 총을 쏴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딸이 다른 여자 친구 한 명과 함께 남자아이들과 춤추는 영상을 본 뒤 범행했다. 이 영상은 사건 발생 4일 전 SNS에 올라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마을 장로들로 구성된 원로회가 영상 속 두 소녀를 살해하라는 명령을 내리자 이에 따라 자신의 딸에게 총을 겨눴다. 그러나 조사 결과, 해당 영상은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영상에 등장하는 A씨 딸 친구를 보호하는 조처를 내렸으며, 살인을 지시한 원로회 관계자들을 체포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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