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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어때]전쟁은 세계 에너지 전략을 어떻게 바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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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해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 에너지 시장 흐름을 재편했다. 특히 인류가 직면한 기후위기와 맞물려 문명의 흐름을 바꿨다.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흐름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전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각국의 에너지 전략과 흔들리는 기후위기 대응 방안을 살펴볼 수 있는 ‘세계 에너지 전쟁 지도’가 출간됐다. 글쓴이 히라타 다케오는 일본 와세다 대학 자원전략연구소 소장이다. 그는 러시아,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인도, 호주, 브라질, 동남아시아, 중동의 에너지 정책과 전략을 살핀다. 전 세계 에너지 전략을 총체적으로 살펴보는 셈인데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실상 전 세계가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교전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두 나라뿐이지만 전쟁 발발 원인이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시도였다는 점에서 미국과 유럽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 러시아는 OPEC+(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OPEC 협의체) 회원국이어서 중동과도 연관돼 있다. 중국과 인도는 에너지를 값싸게 확보하고자 유럽 시장을 잃은 러시아에 접근하고 있다.


글쓴이는 각국 에너지 전략을 통해 주요 7개국(G7) 중 에너지 자급률이 가장 낮은 일본이 향후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지 모색한다. 일본과 이웃하면서 자원이 부족해 에너지 자급률이 낮은 우리에게도 시사점을 던져준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영토 분쟁이지만 나머지 세계의 모든 국가에는 에너지 확보 전쟁의 의미를 지닌다.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가 2020년 기준으로 석유 생산·수출 세계 2위, 천연가스 생산 2위·수출 1위 국가이기 때문이다. 에너지 확보 전쟁의 양상은 전쟁 직후 유럽 천연가스 가격 폭등으로 그 실체가 드러났고 탄소 배출의 주범인 원유, 석탄 가격도 동반 폭등했다. 전 세계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렸다.


[이 책 어때]전쟁은 세계 에너지 전략을 어떻게 바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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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는 근본적으로 러시아가 전쟁을 도발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에너지 자원을 꼽는다. "2000년 이후 줄곧 권좌를 차지하고 있는 푸틴 정권의 러시아는 에너지 전략을 통해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글쓴이는 각국의 에너지 전략을 ‘3E’ 관점에서 살핀다. 3E는 ‘에너지 안전 보장(Energy Security)’ ‘경제적 효율성(Economic Efficiency)’ ‘지구온난화(Environment)’를 뜻한다. EU 회원국 중 독일은 별도로 한 장(章)을 할애해 현황을 살핀다. 독일이 EU 최강대국일 뿐 아니라 러시아와의 특수한 관계 탓에 우크라이나 전쟁 뒤 에너지 전략이 가장 크게 흔들린 국가이기 때문이다.


독일은 우크라이나 전쟁 전까지 러시아로부터 값싼 천연가스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면서 경제적 이익을 꾀했다. 독일은 러시아 천연가스 덕분에 3E 중 지구온난화, 즉 기후위기 대처에 최우선 목표를 뒀다. 실제 기후위기 대책을 주도하는 국가였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뒤 천연가스 확보에 비상이 걸렸고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제 위기를 맞으면서 에너지 전략이 크게 바뀌었다. 전쟁 발발 뒤 석탄 화력발전소를 재가동했고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뒤 꾸준히 추진해온 탈원전 정책도 흔들렸다.


글쓴이는 과거 에너지 전략의 중요한 전환점이 됐던 역사적 사건을 언급하며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독일이 러시아와 에너지 전략에서 특수한 관계를 맺은 계기는 1969년 사회민주당(SPD) 소속 빌리 브란트 정권의 출범이었다. 브란트 정권은 ‘동방 정책’으로 동독·소련·동유럽과 관계 개선을 모색했고 1970년 서독과 소련은 첫 천연가스 수출 계약을 맺었다.


역사를 통사적으로 살펴보지는 않는다. 어디까지나 국가별 에너지 전략에 초점을 맞춰 역사적 배경을 살필 뿐이다.


일본의 경우 1854년 매슈 페리 제독에 의한 미·일 화친조약 체결이 일본 에너지 산업 발전의 계기가 됐다. 당시 미국이 조약을 체결하며 요구한 조건 중 하나는 선박과 포경선의 물자 공급을 위한 항구 개방이었다. 미국은 산업혁명 중이었고 공장 가동을 위한 경유, 즉 고래기름이 필요했다. 또 물과 식량 외에 선박과 포경선의 연료로 사용되던 석탄의 보급을 요구했다. 미국과의 조약 체결은 일본의 석탄 생산이 많이 늘어나는 계기가 됐다. 1888년 200만t이었던 일본의 석탄 생산량은 1902년 1000만t으로 급증했다. 자급은 물론 동남아시아로 수출도 가능해졌다. 글쓴이는 일본의 근대화는 미·일 조약 체결로 당시 기간 에너지인 석탄 자급이 가능해진 덕분이었다고 분석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뒤 국제 뉴스를 꾸준히 챙겨봤다면 이미 알고 있을 만한 내용도 더러 있다. 다만 전쟁 발발 2년을 넘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전쟁 뒤 국제 정세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본다는 측면에서 이 책은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글쓴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탓에 각국의 에너지 전략이 단기적으로 에너지 안전보장에 초점이 맞춰질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3E 동시 달성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뒤 각국의 기후위기 대응은 크게 상반된 두 가지 방향으로 나뉘었다. 당장의 에너지 확보를 위해 화석연료 사용을 다시 늘린 경우와 러시아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더욱 가속한 경우다. 그래서 책을 덮는 순간 궁극적으로 먼 훗날 우크라이나 전쟁은 기후위기 대응에 어떤 영향을 준 사건으로 기록될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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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에너지 전쟁 지도 | 히라타 다케오 지음 | 양하은 옮김 | 488쪽 | 2만5000원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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