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무부 대변인 "美, 녹슨 함정에 빠뜨려"
러시아가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 소행이라는 미국의 정보판단에 대해 "우크라이나 상황을 은폐하기 위한 것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콤소몰스카야 프라브다' 기고문에서 "미국은 이번 테러의 배후가 IS라는 이야기로 스스로를 녹슨 함정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정권에 막대한 정보와 정치적 지원을 하며 직간접적으로 부패와 테러를 후원하고 있다"며 "이러한 키이우의 피후견인을 은폐하기 위해 IS라는 허수아비를 세워 겁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중동 문제에 개입한 후 급진적인 테러 집단들이 등장하고 제도화됐다"며 "미국은 테러리스트들의 손으로 통제된 혼란을 일으켜 세계 질서를 재편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IS 분파인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은 지난 22일 모스크바 북서부 대형 공연장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및 방화 테러의 배후를 자처했다. 현재까지 테러로 인한 사망자 수는 137명, 부상자 수는 182명으로 파악된다.
미국은 이번 테러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보고, 테러 발생 직후 IS의 소행이라는 정보를 바로 공개했다. 에이드리언 왓슨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이번 공격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IS에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의 강한 부인에도 러시아는 이번 테러에 우크라이나가 연관됐다고 보는 모양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3일 대국민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방향으로 도주했는데, 초기 정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쪽에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 있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도 테러범들이 우크라이나 측과 관련 접촉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테러 연관설에 정면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텔레그램에 "푸틴 대통령이 침묵을 지키더니 우크라이나로 떠넘길 방법을 생각해냈다"며 "우크라이나는 이번 공격에 어떤 역할도 하지 않았다"는 글을 남기고 러시아를 비판했다.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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