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산하기관으로부터 인증받은 제품이 대리점에서 개조돼 판매됐을 경우, 제조업체에 책임을 물어 해당 제품에 대해 인증을 취소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박정대)는 주방용 오물분쇄기 제조·판매업체 A사가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한국물기술인증원을 상대로 낸 인증취소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한국물기술인증원의 인증취소처분이 정당하다고 본 것이다.
A사는 물기술인증원으로부터 인증받은 주방용 오물분쇄기 제조 및 판매업을 영위하고 있는 회사다. 인증받은 제품을 대리점을 통해 판매해 왔다. 그런데 물기술인증원 모니터 요원들이 직접 온라인으로 제품을 구매해 검증하는 실태조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대리점이 인증받은 것과 다르게 개조된 제품을 판매·설치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물기술인증원은 해당 제품에 대한 인증을 취소했다. 그러자 A사는 "판매 대리점들이 임의로 제품을 개·변조했을 뿐"이라며 "(제조업체인 A사에) 의무 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제품의 변조 행위는 원고의 영역과 책임 내에서 이뤄졌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제품을 변형하지 않을 의무가 있는 원고(A사)가 제3자(대리점)를 통해 사업 운영의 편의성이나 비용 절감 등 이익을 얻었다면, 제3자의 선택으로 인해 발생할 위험 내지 불이익도 스스로 감수함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특히 "주방용 오물분쇄기에 의해 분쇄된 음식물 찌꺼기 등이 하수도로 바로 유입될 경우 공공수역 수질을 오염시키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주방용 오물분쇄기의 판매·사용은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인증을 받은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며 "인증제도 취지에 비춰 인증받은 내용과 다르게 제품을 제조하거나 변형하는 행위는 엄격하게 금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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