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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2' 거대한 모래벌레, 진짜 사막에 있을 것 같은 이유[테크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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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같은 사막' 만들기, 듄 최대 도전
800명이 수백번 시뮬레이션 돌려 완성
현대 VFX, 컴퓨터 기술 발전사 따라가

올해 최대 흥행작 중 한 편인 영화 '듄 파트 2'의 압권은 단연 거대한 모래벌레일 겁니다. 컴퓨터 그래픽(CG)으로 빚은 가상 생물은 너무나 현실적이라, 마치 실제 외계 행성으로 가서 카메라를 들이댄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입니다.


'듄2' 거대한 모래벌레, 진짜 사막에 있을 것 같은 이유[테크토크] 영화 '듄 파트2'에 등장하는 모래벌레 [이미지출처=워너브라더스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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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듄의 VFX에서 정말로 대단한 부분은 사실 모래벌레가 아닌, 사막 그 자체입니다. 영화 내내 스크린 전체에 휘날리는 모래바람이야말로 그동안 영화업계 특수효과(VFX)가 얼마나 발달했는지 보여주는 예입니다.


'현실 같은' 모래알 만들기

"애플파이를 만들려면 먼저 우주를 창조해야 한다"는 말은 미국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남긴 유명한 문장입니다. 마찬가지로, 듄이라는 영화를 만들려면 먼저 최대한 현실과 흡사한 사막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구 상에는 약 100해(10의 22승)개의 모래알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 가운데 상당수가 사막에 분포합니다. 길이 400m의 가상 생물인 모래벌레가 사막을 헤집고 다니는 장면을 촬영한다고 가정해 보세요. 벌레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수천만개의 모래 입자가 움직일 겁니다. VFX 제작자들은 영화를 보는 관객이 그 장면을 '현실'처럼 느끼게 해야 합니다.


'듄2' 거대한 모래벌레, 진짜 사막에 있을 것 같은 이유[테크토크] '듄'의 모래벌레를 만들려면 현실적인 모래 입자를 구현해야 한다. 사진은 모래벌레 CG 주변에 디지털 모래를 입히는 장면. [이미지출처=DNEG 유튜브 캡처]

현실엔 모래벌레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길이 400m짜리 벌레가 사막을 파고들 때 모래가 어떻게 움직일지, 어떤 모양의 구멍이 파일지 등을 예측하는 건 정말로 어렵습니다. 모래벌레 CG보다 사막 그 자체가 훨씬 어려운 작업인 이유입니다.


모형을 확대한 1984년, '디지털 세계' 구축한 2024년

'듄2' 거대한 모래벌레, 진짜 사막에 있을 것 같은 이유[테크토크] 1980년대에 개봉한 듄은 여러 개의 벌레 모형을 밀착 촬영해 특수효과를 구현했다. [이미지출처=듄 영화 아카이브]

수십년 전 영화를 촬영할 땐 모형에 의존했습니다. 1984년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듄'도 모래벌레 인형을 만든 뒤 확대해 촬영하는 방식을 썼지요. 원근감을 이용해 현실의 물건을 더 크게 보이도록 만드는 절묘한 눈속임이었습니다.


반면 현재의 VFX는 현실과 디지털 공간의 절묘한 조합입니다. '듄 파트 2'의 모래벌레는 일부는 모형이고, 나머진 CG입니다. 벌레 주변을 둘러싼 사막의 모래알들 또한 절반은 진짜이며, 나머지 절반은 '디지털 먼지'입니다.


'듄2' 거대한 모래벌레, 진짜 사막에 있을 것 같은 이유[테크토크] 여전히 인간의 몸에 묻는 모래 알갱이를 일일이 렌더링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런 문제는 선풍기로 진짜 모래바람을 일으켜 간단히 해결했다. [이미지출처=유튜브 캡처]

지금의 그래픽 기술로는 인간의 몸에 묻고 쌓이는 모래알을 일일이 구현할 방법이 없습니다. 따라서 화면 밖에서 거대한 선풍기를 돌려 모래바람이 날리게 하는 방식으로 흙먼지를 구현합니다. 하지만 이 흙먼지 구름 뒤에 펼쳐진 거대한 원경이나 모래 파도는 모두 수백, 수천번의 시뮬레이션 작업을 통해 정밀하게 구현한 디지털 먼지입니다.


'듄2' 거대한 모래벌레, 진짜 사막에 있을 것 같은 이유[테크토크] 듄의 모래바람과 폭풍을 시뮬레이션하는 모습. 실제 아프리카 대륙의 대형 폭풍을 촬영한 뒤 디지털 공간에 본떠 만들었다. [이미지출처=DNEG]

환경 시뮬레이션 기술은 VFX 산업에서 점차 비중이 커지고 있습니다. 일례로 '듄 파트 1'에 등장한 거대한 모래 폭풍은 실제 '내셔널 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에 촬영된 아프리카 사막 폭풍 동영상 수천개를 토대로 시뮬레이션을 돌린 뒤, VFX 엔지니어들이 디지털 공간에 똑같이 재현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듄2' 거대한 모래벌레, 진짜 사막에 있을 것 같은 이유[테크토크] '아바타 2 물의 길'도 듄 파트 2와 유사한 기술을 사용했다. 구현이 어려운 물방울은 현실에서 가져오되 주변 부분은 전부 시뮬레이션으로 구현된 '디지털 물'이다. [이미지출처=웨타 FX]

듄 시리즈 만큼이나 시뮬레이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블럭버스터 영화로는 '아바타 2'가 있습니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로 수많은 수중 가상 생물이 등장해 관객의 시선을 독차지하는데, 사실 아바타 2 CG 기술의 정점은 '물'입니다. 가상 CG 생물이 헤엄치거나 물장구를 칠 때 나타나는 물보라와 물결은 무려 1900번 반복한 시뮬레이션 작업의 결과물입니다.


VFX 발전, 컴퓨터 기술 역사와 궤를 함께해

컴퓨터 기술의 진화로 인간은 자연 현상을 더욱 정밀하게 재현할 수 있게 됐으며, 블럭버스터 영화의 CG야말로 그런 기술 발전의 가장 큰 수혜자입니다.


하지만 할리우드 영화에 등장하는 CG는 컴퓨터만큼이나 여전히 인간의 눈, 손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듄 영화 시리즈의 VFX를 맡은 기업은 영국 CG 제작업체 '더블네거티브'입니다. 세계 최대의 CGI 기업 중 하나로 아티스트와 기술자 7000여명을 보유했습니다. 국내 최대 CG 업체인 '덱스터 스튜디오' 직원 수가 300여명임을 고려하면 어마어마한 숫자입니다.


'듄2' 거대한 모래벌레, 진짜 사막에 있을 것 같은 이유[테크토크] 영국에 위치한 세계 최대 CG 업체 '더블네거티브(DNGE)'는 오늘날 우리에게 친숙한 거의 모든 블럭버스터 영화 VFX를 책임진 회사다. [이미지출처=DNEG]

더블네거티브가 듄의 사막을 구현하는데 투입한 인원만 800명을 훌쩍 넘으며, 이들이 작업에 쏟은 시간의 총합은 80년에 달합니다. 때로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때로는 물리적인 선풍기 바람으로, 때로는 수작업으로 프레임 내 흙먼지들을 조정하면서 사막을 빚어낸 겁니다.


영화는 인간이 즐기는 가장 거대한 엔터테인먼트 산업 중 하나이자, 기술의 집약판입니다. 그만큼 영화 VFX의 발전사는 컴퓨터 산업의 발전과 궤를 같이합니다. 반세기 전에는 장인들이 직접 괴물, 우주선, 로봇 모형을 만들어 촬영에 임했고, 지금은 '디지털 장인'들이 최신 그래픽 엔진과 시뮬레이션 기술로 가상의 세계를 구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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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VFX에서 가상이 차지하는 영역은 점점 더 넓어지고 있습니다. 듄 파트 2, 아바타 2 같은 영화는 실제 모래와 물 위에 디지털 모래, 디지털 물을 덧입혀 가상 세계를 만들고 있지요. 어쩌면 머지않은 미래엔 순수하게 인공지능(AI) 시뮬레이션만으로 VFX 작업이 가능한 시대가 열릴지도 모릅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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