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과 단교, 중국과 외교 회복
호주 달러, 나우루 법정화폐 지위 위협
중국 국영 상업은행인 중국은행(BOC)이 태평양 섬나라 나우루 진출을 추진하면서 위안화가 호주 달러 대신 나우루의 법정화폐 지위를 꿰찰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호주 ABC 방송 보도에 따르면 나우루의 유일한 은행인 호주 벤디고 은행은 지난해 호주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올 연말 나우루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벤디고 은행에 의존하던 나우루 정부와 기업, 가계 등이 필수 금융 서비스를 누리지 못할 위기에 처하자 중국은행이 나우루 진출 의사를 밝히며 틈새 공략에 나선 것이다.
나우루는 지난 1월 대만과 단교한 뒤 중국과 외교 관계를 회복했으며 중국은 나우루에 경제적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은행이 나우루의 금융 시스템 공백을 노리자 호주 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나우루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면 법정 화폐도 기존 호주 달러에서 중국 위안화로 바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공화국인 나우루는 호주 정부가 설치한 난민 수용 시설 운영비가 재정의 주요 수입원일 만큼 호주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다. 하지만 나우루의 난민 수용시설을 두고 호주 내에서 인권 문제를 지적하면서 이를 폐쇄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호주 정부도 운영 예산을 축소하는 상황이다.
이에 지난해 나우루의 경제 성장률은 1%에 그치는 등 경제가 크게 위축됐다. 일각에서는 나우루가 중국에 손을 내민 것도 경제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방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벤디고 은행은 나우루 철수 일정을 올해 말에서 내년 6월 말로 6개월 연장한 상태다. 그 사이 호주 당국은 벤디고 은행의 후계자를 찾기 위해 혈안이 돼 있으며, 호주뉴질랜드은행(ANZ)과 웨스트팩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고 ABC 방송은 전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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