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을 확정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적'인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사망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대선 마지막 날인 17일(현지시간) 밤 모스크바 고스티니 드보르에 마련된 자신의 선거운동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는 세상을 떠났다. 슬픈 일"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나발니의 갑작스러운 옥중 사망에 대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평가받아온 나발니는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복역 중 지난달 16일 갑자기 사망했고, 이에 서방을 중심으로 배후에 푸틴 대통령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잇따랐다.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교정시설에서 사람들이 사망한 경우가 있다"면서 "이런 일이 미국에서도 일어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나발니를 '나발니씨'로 칭하면서 사망 직전 수감자 교환으로 석방될 수 있었다는 나발니 측근 마리아 페브치흐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나발니씨가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 정부 구성원이 아닌 동료들이 나에게 나발니씨를 서방 국가 감옥에 있는 사람들과 교환하려는 아이디어가 있다고 말했다"며 "나는 동의했다"고 말했다. 그간 나발니를 '그 사람', '블로거' 등으로 칭해왔던 푸틴 대통령이 이날 나발니의 이름을 직접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또한 푸틴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나발니 지지자들이 푸틴 대통령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 17일 정오 투표소에 나오자며 시위를 촉구한 것에 대해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고 일축했다. 다만 그는 "투표를 촉구한 것은 칭찬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러시아가 민주주의 국가인지를 묻는 미국 NBC방송의 질문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법적 소송을 언급하며 "우스꽝스럽다. 미국은 물론, 소위 말하는 민주주의 시스템에서도 세계적으로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반박했다.
‘현대판 차르’로 불리는 푸틴 대통령은 지난 15일부터 이날까지 진행된 러시아 대선에서 압도적 지지로 사실상 5선을 확정했다. 러시아 여론조사센터 브치옴에 따르면 대선 출구조사에서 푸틴 대통령의 득표율은 87%에 달했다.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역시 개표가 80% 진행된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의 득표율이 87%대라고 발표했다. 이날 대선 승리로 푸틴 대통령은 2030년까지 정권을 연장하게 된다.
푸틴 대통령은 투표에 참여한 국민들은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특별군사작전)에서 싸우는 군인들에게도 "우리 전사들에게 감사하다"고 감사를 표했다. 그는 "러시아는 더 강하고 효율적이어야 한다"며 "러시아인의 의지를 외부에서 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올해 파리올림픽 기간에 휴전하자는 프랑스의 제안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지만, 전선에서 러시아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지속 가능하다"며 "중국에 대한 제재는 실패할 것"이라며 중러 밀착을 과시하기도 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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