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수사 회피" VS 대통령실 "공수처 문제"
총선 앞두고 '정권심판론' 불쏘시개 가능성
여권 일각 "빠른 조처 있어야" 걱정 표명
'해병대원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받는 이종섭 주호주대사를 두고 대통령실과 야권의 대치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야권의 '피의자 빼돌리기' 공세가 격화되는 가운데 여당 일각의 임명 철회 요구에도 대통령실은 임명 철회 불가론을 고수하고 있다. 의료개혁 추진 등으로 상승세를 보이던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에 이상이 생긴 모양새다. 총선을 불과 한달도 채 남기지 않고 '이종섭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야당을 비롯해 여당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확산되자 대통령실은 15일 홈페이지에 장문의 반박문을 올리고 적극 대응에 나섰다. 관련된 논란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왜 이 전 장관을 호주대사에 임명했을까.
▲대통령실은 그가 호주대사로 적임자라고 말한다. 대통령실은 이날 홈페이지에 개설한 '사실은 이렇습니다' 코너를 통해 "우방국 관계와 국방, 방위 산업 등 업무 성과과 전문성을 고려해 최고 적임자를 발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주는 우리나라가 미국을 제외하고 외교와 국방장관회의를 진행하는 유일한 국가로 인도·태평양 전략 상 매우 중요한 안보 파트너라는 것이다. 국방·방산·한호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주호주대사는 통상적 외교관이 아닌 국방 분야 전문성이 있는 중량감 있는 인사가 필요했다는 게 대통령실 입장이다. 이 대사가 국방부 장관 재직 시절 호주와 관계를 넓히며 K9 자주포 계약을 했고, K9 현지생산 공장 기공식도 주도했다는 것이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이례적으로 SBS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해 "지금 부임해 이틀 만에 신임장 사본을 (호주) 외교부에 제출했는데 이례적으로 빠르다. 그만큼 호주도 호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호주 현지 반응은 다르다. 호주 국영 ABC방송은 한국 대사 부임을 관심 있게 보도하며 "범죄 수사에 연루된 전임 국방부 장관이 대사직 수행을 위해 호주에 도착했다"고 우려의 시각을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에서는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부임은 수사 회피 목적이 분명하다고 주장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를 받는 와중인데 문제는 없나.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사는 "공수처가 부른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떳떳하게 들어와 조사받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 소환 통보 없이도 자진 귀국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여당 일각에서 총선 민심 악영향을 우려하자 논란을 잠재울 차원에서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공수처가 그동안 수사를 하지 않았다는 게 오히려 문제라고 본다. 장 실장은 "공수처가 조사를 하지 않으면서 출국금지를 길게 연장한 것은 기본권 침해이고 수사권 남용"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는 지난해 9월 이 대사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된 이후 한 차례도 소환조사를 하지 않다가, 3개월이 지난 같은 해 12월 출국금지 조치를 했다. 장 실장은 "대사 임명 전 조사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수사나 조사에 차질을 빚는다는 야당의 주장은 이해할 수 없다"며 "지금 야당이 수사나 조사에 진심이라면 6~7개월 동안 아예 조사하지 않은 공수처부터 문제 삼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앞으로 논란은 더 심화할 전망이다.
전임 대사의 조기 복귀 주장이 있다.
▲전임 대사의 조기 복귀 주장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전임 김완중 주 호주대사는 지난해 말 정년이 도래한 상황으로 지난해 말 호주와 체결된 24억달러 규모의 장갑차 수출 계약 관련 업무를 마무리하고, 지난 주말 후임자 발령 직후 귀국한 것이라는 것이다.
야당에서는 이종섭 대사 임명은 '피의자 빼돌리기'라고 하는데.
▲대통령실은 수사를 회피하거나 도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재외공관장은 일정이 모두 공개되며 숨 가쁘게 업무를 진행하는 공적인 직위라는 설명이다. 거주지도 공관으로, 외교관으로서 공개된 무대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도피나 회피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인사 검증을 한 대통령실이 출국금지를 몰랐을까.
▲조국혁신당에 입당한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 등에서 '중요 인물에 대한 출국금지가 이뤄지면 장·차관과 민정수석실까지 보고한다. 인사 검증에서 출금 사실을 파악할 수 없었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대통령실이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사실을 알고도 주호주 대사 임명을 강행했다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반면 대통령실은 "이 대사의 출국금지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그게 더 큰 문제"라며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도 수사비밀을 누출할 수 없으므로 인사정보관리단에 이 대사 출국금지 사실을 알려줄 수 없다"고 팽팽히 맞섰다.
향후 후폭풍 어디까지 갈까.
▲야당은 공세의 끈을 놓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경우 지난 7일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비판 논평을 이어가고 있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국민의 눈과 귀를 가려 사건을 호도하고 시간을 벌려는 수작을 멈추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임명 철회 등에 대해서는 "가능성은 없으며 옳지도 않은 일"이라며 단호하게 선을 긋고 있다. 다만 파장이 커짐에 따라 이 대사가 한국에 돌아와 수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방안도 거론된다. 대통령실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보도는 수사비밀에 접근하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구체적인 내용이 많다"며 "공수처의 수사 상황이 계속 언론에 유출되고 있다면, 철저한 수사로 밝혀내야 할 것"이라며 후폭풍을 예고했다.
총선에 미칠 영향은?
▲총선의 핵심 이슈로 부상할 수 있다. 정권심판론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의대 정원 확대, 민생토론회 등으로 상승세를 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도 이 대사 논란과 함께 꺾인 모양새다. 이날 한국갤럽이 공개한 여론조사(12~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 대상으로 무선 100% 전화 인터뷰 방식, 자세한 내용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주와 비교해 3%포인트 하락한 36%로 조사됐다. 서울 강서구을 선거구에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한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은 전날 "좀 깔끔하게 정리하고 부임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언급했다. 총선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이 대사가) 신속하게 들어와서 신속하게 정리해야 한다”며 전날과 달라진 분위기를 반영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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